차갑게 식은 문학사 속의 인물과 작품… 그들을 해동시켜 깨어놓는 일을 하는 까닭은

Է:2012-04-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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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은 문학사 속의 인물과 작품… 그들을 해동시켜 깨어놓는 일을 하는 까닭은

문학, 시대를 말하다/권영민/태학사

지난달 23일 권영민(사진) 교수는 ‘텍스트의 귀환’이란 주제의 고별 강연회를 끝으로 31년간 재직했던 서울대 국문과에서 정년퇴임했다. 이 강연에서 그는 “작가의 작품과 자료만큼 시대의 정체성과 역사적 실체로 존재하는 것은 없으며, 그렇기에 ‘텍스트로의 귀환’은 불가피하다”고 논파했다. 사실 그는 차갑게 식은 문학사 속의 인물과 작품을 해동시켜 깨어놓는 일에 매진해온 보기 드문 열정의 소유자다. 그는 문학적 해동을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의 일본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수확도 있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1930년대 후반, 일본 동북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센다이(仙臺)의 동북제대 문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시인 김기림의 졸업 논문 ‘심리학과 리차즈’을 찾기 위해 그는 두 차례나 그 대학을 찾아간다. “내가 찾아야 할 두 개의 이름을 손에 쥐고 마음이 졸였다. 하나는 김인손(金仁孫), 다른 하나는 김기림(金起林)이었다. 첫 번째 이름은 소화(昭和) 시대 입학생 명단에 있지 않았다. 나는 이 이름이 김기림의 아명으로만 사용되었던 것임을 알았다. 대신에 김기림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걸었다.”(203쪽)

그러나 그는 “지진에 대비한 건물 보강공사로 인해 몇 년째 모든 자료가 상자에 담겨 다른 창고에 보관 중”이라는 대학 관계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1년 뒤 공사가 마무리되고 문서들이 재정리됐지만 김기림의 졸업논문은 끝내 찾지 못했다. 시인 이상의 행적을 좇아 일본을 찾은 것도 여러 차례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여성문학의 선구자 김명순이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음학학교에 다니면서 당시 도쿄에서 창간된 동인지 ‘창조’에 ‘망양초(望洋草)’라는 필명으로 기고한 단편 소설 ‘조로(朝露)의 화몽(花夢)’이라는 작품을 발굴하기도 한다.

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에 적힌 한용운의 소감에 담긴 의미의 중요성을 먼저 포착한 이도 권 교수이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 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지 모르겠습니다.”(104쪽)

시인 임화는 왜 북한을 택했을까. 이상은 언제 도쿄로 갔을까. 소설가 이광수의 ‘무정’은 과연 최초의 근대소설일까. 저자가 던지는 이런 문학사적 질문은 역사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들의 작품과 삶이 곧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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