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춘선] 외국인에 비친 한국 정신문화

Է:2012-04-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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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춘선] 외국인에 비친 한국 정신문화

일제 강점기에 독일로 망명해 의학, 철학을 연구한 이미륵 박사(1899∼1950)는 1946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독일어로 발표했다. 이 자서전적 소설은 독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를 추종하던 독일 국민들은 2차대전 패망 직후 일종의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그들에게 이 박사의 작품에 녹아 있는 한국적인 동양정신은 새로운 활력소와 같았다. 한국 샤머니즘 그리고 유교, 불교, 도교와 기독교 등 여러 종교적 요소가 잘 융합돼 조화를 이룬 정신문화에 쉽게 매료됐던 것이다.

이 박사가 서거한 지 반세기가 지난 2000년 독일 뮌헨에서 한국 국보전시회가 개최됐다. 독일 큐레이터들이 직접 기획해 국보급 문화재들을 선보인 것이다. 전시는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살아있는 정신문화의 요소들을 모두 해부해서 진열해놓은 듯했다. 당시 독일은 통일이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동서 간 갈등의 잔재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다양한 종교를 포함해 서로 다른 정신적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고 있는 한국의 정신문화에서 새로운 세계를 찾으려 했을까?

스페인 대사로 부임해 2007년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스페인 현대미술전(ARCO)’ 행사를 준비하면서 그곳 현대미술 전문가들과 자주 접촉하게 됐다. 왜 한국을 동양에서는 첫 번째로 선택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들은 한국이 동양 정신문화를 대변하고 여러 종교사상이 잘 융합되고 균형을 이뤄 아주 독특하고 수준 높은 현대미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고 백남준씨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거론하면서 백남준 특별전시회와 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이러한 스페인 측 전문가들의 말에 고무된 나머지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현대미술에 문외한이라 조금 걱정이 됐다.

생각 끝에 외교단 행사에서 만난 적이 있는 레이나 소피아 현대미술관장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마르티네즈 관장은 한국의 전통적인 정신문화가 관심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설치미술작가 박기원의 작품인 ‘가벼운 무게’를 미술관 1층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알려줬다.

박기원 초청 전시회는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콧대 높은 미술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작가를 왜 초청했을까?

문화행사가 끝날 무렵 전시장에서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은 스페인 젊은 작가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한국인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관심을 알려줬다. 갑자기 7년 전 한국 국보전시회에서 독일 큐레이터에 의해 해부된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다시 보는 듯했다. 비록 국적과 예술의 장르는 달라도 다양한 외국인들이 본 우리의 정신세계가 그들의 시선 밑에 깔려 서로 상통하면서 숨을 쉬고 있었다.

이춘선 前 스페인대사·한국외교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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