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해마다 고난주간이 되면 크리스천들은 전통적으로 밥을 굶는 금식을 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 세대에겐 밥을 굶는 금식과는 또 다른 의미의 금식이 필요하다. 바로 ‘미디어 금식’이다. 미디어 금식은 24시간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는 미디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인간의 영혼과 내면을 지키려는 거룩한 몸짓이다.
이런 미디어 금식운동의 선봉에 팻머스문화선교회(선량욱 대표)가 있다. 이 선교회는 올해 고난주간을 맞아 ‘고난주간 미디어회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디어 회복운동’은 미디어를 완전히 끊는 미디어 금식과는 조금 다르다. 무분별하게 이용하던 미디어 사용을 줄이고 영적 건강을 위해 미디어를 가려 먹자는 것이 취지다. 지난해부터 미디어 금식에서 미디어 회복으로 수정했다. ‘미디어 금식’의 현실적 버전인 셈이다.
“기독교적 관점과 세계관을 견지에서 볼 때 미디어는 반기독교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유해한 요소들이 많아 그동안 TV를 없애자는 등 많은 운동을 펼쳐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난주간 1주일만이라도 미디어의 주인이 우리임을 알고 주권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7년째 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선량욱 대표의 설명이다. 이 선교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1일부터 8일까지 ‘우리는 미디어로 금식한다’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1세기형 문화금식’인 이 캠페인은 ‘밥(음식)’보다 우리 생활 가운데 즐기는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 미디어 사용을 절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즉 미디어는 가려서 섭취(시청, 독서)하고 대신 예수님의 고난을 더 깊이 묵상하며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크리스천들은 고난주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고통과 사랑을 묵상하고 경건하게 보낼 수 있다.
캠페인의 실천은 간단하다. 우선 서약서인 미디어헌신서를 통해 개인이 결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서약서를 TV나 컴퓨터 등에 붙여놓은 뒤 개인마다 이를 지켰으면 사인을 하고 1주일후 교회로 가져간다. 교회에서는 다른 참가자들과 서약서를 확인하고 잘 지킨 것에 대해 박수로 축하해 준다. 미디어 금식으로 확보된 시간은 영적 충전의 기회가 됨은 물론 가족의 관계회복을 위한 기회도 된다.
이 캠페인은 개인을 대상으로 진행돼 오다 4년 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참여한 이후 호산나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수영로교회, 샘물교회 등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으로 흩어진 한인교회와 가정들도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 이제는 기독교계의 보편적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서약서 다운로드만 100만장을 넘어섰을 정도다.
경기 부천시 송내동 송내사랑의교회 이명규 목사는 “3~4년 전부터 고난주간 때마다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며 “영적 묵상 시간을 가장 방해하는 미디어를 절제하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데 유용한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선 대표는 “고난주간 문화·미디어 회복 캠페인에 모든 크리스천들이 동참함으로써 올바른 크리스천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크리스천문화 부흥의 환경을 조성하는 큰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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