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암’ 숨긴채 연기투혼 심금… 잉그리드 버그먼 유작 ‘가을 소나타’

Է:2012-03-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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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암’ 숨긴채 연기투혼 심금… 잉그리드 버그먼 유작 ‘가을 소나타’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화려한 인생을 살아가는 어머니. 못생긴 외모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어머니에게 제대로 말 한 번 붙이지 못하는 딸. 오랫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나 소통의 시간도 없이 지내던 모녀는 언제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기회를 갖게 될까. 22일 개봉된 영화 ‘가을 소나타’는 아름다운 엄마와 외로운 딸이 펼치는 갈등과 화해의 이중주를 그린 드라마다.

스웨덴의 잉마르 베리만(1918∼2007) 감독이 1978년 제작한 이 영화는 세기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1915∼1982)의 유작이다. 극중 어머니 샬롯 역을 맡은 버그먼은 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혼신의 연기를 펼쳐 제13회 전미비평가협회상과 제43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미국 등에서 개봉돼 화제를 모았으나 한국에서는 34년 만에 선보인다.

영화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가을을 배경으로, 샬롯이 그동안 소원했던 딸 에바(리브 울만)와 7년 만에 재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목사인 남편과 함께 살면서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를 하는 에바가 오랜 연인의 죽음으로 상심해 있는 어머니를 집으로 초대한 것. 에바는 신체장애를 앓으며 요양원에 방치돼 있던 여동생 헬레나를 2년 전부터 돌보고 있는 상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샬롯은 마음이 불편해지고 둘 사이도 서먹해진다. 예술가로서 명성과 경력을 위해 자식들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몰두해 왔던 샬롯은 자신의 선택과 삶을 애써 정당화하려 하지만, 에바는 무책임한 샬롯에 대한 원망과 애증을 안고 있다. 마침내 두 모녀는 오래 묵혀두었던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며 감정적 회오리를 겪는다.

인간의 내면, 특히 여성의 심리묘사에 탁월했던 베리만 감독의 절제된 연출 솜씨와 연극적인 기법은 이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영화 초반 에바가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전주곡 2번’이 억제되고 억눌린 감정이라면, 이어진 샬롯의 연주는 침착하고 자신감에 넘친다. 자의식 강한 어머니와 피해의식을 가진 딸의 갈등을 각기 다른 음색의 연주로 예고하고 있다.

에바의 집 실내,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가 관객을 응시하면서 독백을 하는 등 연극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는 모녀가 격렬한 감정으로 각자의 입장을 털어놓으며 하소연하는 끝 부분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렇게 오랫동안 날 미워했다니… 왜 아무 말도 안 했었니?” “엄마가 언제 그런 기회나 줬나요? 엄마는 모두에게 평생 상처를 줬어요.”

갈등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들지 않는 대화 중에 카메라는 두 배우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클로즈업한다. 모녀의 의식과 심연을 드러내면서 불안과 강박, 절망과 분노를 동시에 표현하는 수단이다. 샬롯은 이튿날 에바를 떠난다. 하지만 오랜 세월 상처받았던 모녀의 대립 끝자락에 사랑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빛이 희미하게 스며든다.

‘카사블랑카’(1942)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로 팬들을 사로잡고 ‘가스등’(1944)과 ‘아나스타샤’(1956)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버그먼은 6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우아하다. ‘이민자들’(1971)로 골든글로브 여주주연상을 받은 리브 울만의 연기도 호소력이 있다. 전편에 흐르는 쇼팽, 바흐, 헨델의 클래식 음악이 잘 어우러진다. 12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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