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프레너미

Է:2012-03-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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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너미(frenemy)는 영어의 프렌드(friend)와 에너미(enemy)의 합성어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뉴넘 칼리지의 심리학 여교수 테리 앱터의 저서 ‘베스트 프렌즈’에 나온다. 여성들이 남성과 달리 친구 간 경쟁의식이 높으며 이때 애증(愛憎)이 섞인 선망과 질시가 혼합된 우정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말은 이후 정치, 경제적으로 의미가 확산됐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가진 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한마음”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이스라엘 관계를 프레너미라고 규정했다.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란 것이다. 미국 내 진보적 유대인과 가까운 오바마가 주류 유대인과는 거리가 멀어 이스라엘에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프레너미는 상호의존적이면서도 경쟁관계인 기업들 사이의 관계를 주로 일컫는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이 가장 손꼽히고 우리나라의 삼성과 LG도 이런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강력한 기업과 싸우기 위해 뭉칠 때는 친구이지만 시장 점유율을 놓고 싸울 땐 적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관심은 역시 우리나라와 중국 및 일본, 북한과의 역학구도다. 우선 중국은 6·25 당시에는 분명한 적이었다. 그 이전에도 역대 중국 왕조가 간단없이 우리를 겁박해왔기 때문에 친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애타는 염원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를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행태를 보고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는 국민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일본은 중국보다 더한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진년에 우리 국토를 유린했고 정신대 문제, 교과서 왜곡, 독도 등 장기 미제 사안이 많다. 한류의 영향력이 심해지자 온갖 유치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봐도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이웃 아닌 이웃이다. 북한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적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성공단을 매개로 경제협력을 하고는 있지만 항상 불안하다.

그러나 한·중 FTA, 한·일 공동월드컵 개최,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보듯 상호협력이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에 크게 봐 이들도 프레너미로 간주할 만하다. 하기야 외교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총선 승리를 위해 연대했다가 경선 조작 시비로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도 이 범주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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