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진영] 공약 따로, 공천 따로
“표심만 겨냥한 정치권의 날림공약 퍼레이드… 유권자들 투표로 심판해야”
‘4·11 총선’ 공약 중 ‘경제민주화’에 눈길이 간다. 여야 모두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놀랍다. 이념의 잣대에 의해 난타당할 수 있음에도 보수여당인 새누리당까지 이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둔다는 점은 의외다.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선택’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바뀌었구나’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 못지않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괄목할 만하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몇 차례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 조항이라 불리는 헌법 119조2항을 만든 김종인 전 청와대경제수석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김 전 수석은 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5·8 조치를 입안, 집행한 대표적인 반재벌주의자다.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유는 분명하다. 경제의 민주화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국민들의 변화된 표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헌법 119조2항은 균형 있는 성장, 적정한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의 조화를 경제민주화 정신으로 담았다. 쉽게 설명하면 특혜와 반칙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상인(자영업자)들이 공정한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따뜻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자는 의미다.
상당수 국민들은 대기업이 잘되면 고용과 소비, 투자가 증가하고 그 효과가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국민들에게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다. 한때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국민들은 대기업들이 약간 반칙을 하더라도, 또는 일방 독주를 하며 치고 나가도 비교적 너그럽게 봐줬다.
그러나 경제시스템이 변하면서 그 같은 효과를 얻기가 힘들다는 사실이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1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0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00년 815조원에서 2010년 1711조원으로 110%, 영업이익률은 6.2%에서 6.9% 상승했다. 반면 그 기간 고용은 156만명에서 161만명으로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감소형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2010년 3월 현재 국내 전체 임금노동자 1705만명 중 569만명이 비정규직이다. 또 대기업 집단 계열사 중 총수 일가의 개인 지분이 있는 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액의 57%를 관계사 매출로 충당했다. 특히 일가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은 매출의 69%가 관계사와의 거래였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힘들어졌다. 2010년 현재 자영업자 중 58%가 월 매출이 400만원 이하였다. 평균 월 소득은 148만원이었고 58%는 100만원 이하였다. 대표적 소득 불평등지표인 지니계수, 10분위 분배율, 상대적 빈곤율도 악화됐다. 한마디로 경제는 성장하는데 사람은 가난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정치권은 이번 총선에서 여야 한목소리로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막상 공천과 비례대표 선정과정에서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배제된 반면 친재벌 성향의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경제민주화 위원회를 맡던 사람이 탈락되거나 친재벌인 전직 고위경제관료, 대기업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무더기 입성했다. 이로 인해 당 내부가 시끌벅적하고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약 따로, 공천 따로’ ‘정책 따로, 선거 따로’인 셈이다.
이제 선거가 20여일 남았다. 선택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당선을 위해 이당 저당을 옮기는 철새 정치인, 막말과 성희롱을 일삼는 인사, 지나치게 이념지향적인 후보, 국회 내 폭력의원, 뇌물을 받거나 범죄에 연루된 인물 등은 우선 낙천 대상이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 의미를 거스르는 사람은 가장 먼저 내쳐야겠다. 눈 밝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정진영 카피리더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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