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김혜림] 여성들이여, 먼저 힘을 기르자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사랑한다’(고대 그리스), ‘신의 가호를 받으려면 행동하라’(아프가니스탄), ‘행운은 스스로 구하는 자만 도와준다’(이디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중국),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마태복음)….
요즘 타의반 자의반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책 소개 하는 일을 맡아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남의 뜻이 앞선 것이고, 소개를 하다 보면 마음 가는 책이 생겨 읽게 되니 본인의 뜻도 반쯤은 된다. 전 세계의 닮은 꼴 속담들을 맛깔스럽게 풀어낸 ‘속담인류학’도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다.
위의 속담들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편에 소개된 것들이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우리 속담이 빠져 있어 조금 서운했고, 4·11 총선 공천과 맞물려선 많이 속상했다.
지난 18일 231곳의 공천을 완료해 발표한 새누리당의 여성 후보는 16명으로 6.9%에 그쳤다. 민주통합당이 19일 발표한 208곳 중 여성후보는 24곳에 확정돼 11.5%에 머물렀다. 당초 여성 후보 공천에 대해 새누리당은 ‘30% 권장’을, 민주통합당은 ‘15% 할당’을 약속했었다.
“19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공천 여성할당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양당 대표가 여성이어서 거는 기대가 컸던 여성계의 공천 관전평이다. 벌써 여기저기서 당 지도부의 의지 부족, 계파정치 관행 등을 원인으로 보고 구습타파를 외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각 정당의 지도부에게 ‘의지박약’을 탓하고, 구태를 재연하는 정치인들에게 삿대질 하기는 민망하다.
새누리당의 지역구 공천 신청자는 972명이었고, 이 가운데 여성은 76명(7.9%)밖에 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도 713명 중 여성 신청자는 49명(6.9%)뿐이었다. 19대 총선의 지역구가 246곳이니 이 중 30%라면 73∼74곳, 15%는 36∼37곳에 해당한다. 각 당에서 여성할당제를 약속했을 때 “여성 신청자 모두를 다 공천해도 그 할당을 못 채울 것”이라는 남성 후보들의 말이 비아냥만은 아님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1994년 ‘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연대’가 창립됐다. 지난 18년 동안 우리만의 ‘파이’를 만들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그 위에 얹을 ‘토핑’은 준비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공천할당은 약자와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대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현재 이 땅에서 여성이 절대 약자이며 소수자라는 데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야 한다. 공천 신청 여성 후보가 적어도 남성과 엇비슷해질 때 그 명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뜻을 담은 속담이 동서고금을 비롯해 성경에도 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이 헛된 것은 아닐 터이다. 기존 정치의 험한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달라고 남성들에게 애걸하는 일로 앞으로 4년을 보낸다면 그건 큰 낭비다. 여성들이여! 앞으로 4년 동안 스스로를 담금질해 20대 국회에선 공천 30%가 아닌 의석 30%를 확보하자.
그 전에 당면과제 하나. 4·11 총선에서 여성 정책에 뜻이 있는 국회의원을 뽑자. 여성 유권자들은 우리 지역구 후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성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자. 여성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여성 정책에 공감하는 남성 국회의원 확보가 중요하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 법으로 제정되기 위해선 절대다수의 의식 있는 남성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김혜림 문화생활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