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9) 첫번째 변화 “밤무대 접고 자유인이 되자”
그날, 그러니까 피아노 밑에 들어가 밤을 새워 울며 기도한 날 이후 비로소 나는 BC의 삶에서 AD의 삶으로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예수님이 내 삶의 중심이라고 여기게 됐다. 내가 예수님 안에 있고,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와 계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내 생활은 그렇지 못했다. 내 안의 혼돈과 공허가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날이 환하게 밝기 전 새벽의 미명이 있듯이 말이다. 어린 아이가 첫 발을 뗐다고 금방 성큼성큼 걸을 수 없듯이 말이다. 희끄무레한 미명 속에서, 이제 막 초보 걸음을 시작한 나는 곧잘 헛발을 내딛곤 했다.
그런 가운데서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변화됐다면 겉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가운데 거리끼는 것들을 제거하기로 했다. 먼저 굽 높은 구두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했다. 신발장에서 높은 굽의 구두를 모두 꺼내 구둣방으로 들고 가 일반 굽으로 교체했다.
그 다음은 선글라스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끼기도 했지만, 나는 주로 멋을 내기 위해 야밤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 예전에는 그게 멋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 모습이 그렇게 촌스러울 수 없었다. 내면이 변화되니 멋과 아름다움의 기준이 바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내 생활에서 일어났다. 밤무대에 오르기 싫어진 것이다. 마냥 좋기만 했던 휘황한 조명과 폭발적이거나 뇌쇄적인 음악,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 등이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되레 역겨워지면서 죄책감과 부담감 등으로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밤무대 생활을 청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이 말리거나 비아냥거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아내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무래도 동료들과의 문제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내를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발하는 아내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솔직히 나 자신부터 주 수입원을 포기하기 망설여졌다. 한동안 그렇게 보내다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는 식탁에서 슬쩍 운을 띄워봤다.
“여보, 나 나이트클럽 일 그만둘까 봐.”
그러곤 슬슬 아내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과일 깎던 칼을 내려놓곤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친 김에 나는 한 마디를 더했다.
“정말이지 나 그 일 하기 싫어졌어.”
아내가 소프라노 목청으로 ‘당신 미쳤냐’며 공격할 것을 예상하며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졌다. 역시 이번엔 아내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아내의 반응은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오히려 내가 충격을 받았다.
“할렐루야! 여보, 마음 잘 먹었어요. 안 그래도 제가 6개월 전부터 당신 그 일 그만두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어요.”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밤무대에 서기를 싫어하기 이전부터 아내는 이미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밤무대 생활을 청산한 나는 자유인이 됐다.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편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그걸 예수님 안에서의 자유, 말씀 안에서의 자유라고 여겼다. 세상의 재물이나 인기, 명성 등과는 견줄 수 없이 좋은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선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법이었다. 바로 경제난이었다. 밤무대 생활을 그만두고 나니 항상 두둑하던 주머니가 텅 비게 된 것이다. 아내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커질 대로 커진 씀씀이를 갑자기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 건전하게 돈 벌 일이 없을까’ 하고 궁리하던 차에 누군가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됐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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