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송원근] 총선공약과 ‘디렉터 법칙’

Է:2012-03-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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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송원근] 총선공약과 ‘디렉터 법칙’

4·11 총선을 앞두고 각종 선심성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특히 복지공약을 보면 정당의 이념이나 정체성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대한민국은 곧 모든 국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부가 책임지는 세계적인 복지국가가 될 것 같다.

각 정당은 지출 구조의 조정, 세제개혁 등을 통해 재원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89조원을 세수확충, 건강보험체계 개편,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고, 민주통합당도 소득세·법인세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 등 부자증세와 건강보험체계 개선 등을 통해 5년간 165조원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재원조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각 정당의 복지비용 산정 자체도 의문이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증세에 따른 투자·근로 유인의 감퇴는 논외로 하자. 증세를 포함해 재원 조달만 가능하다면 정치권이 제시하는 복지공약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것인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러는 소득재분배 정책이 부유층과 빈곤층에 대한 과세를 통해 주로 중산층에 혜택을 준다는 디렉터 법칙(Director’s Law)을 제시하였다. 복지정책은 말 그대로 소득재분배 정책이고 그 주된 목적이 빈곤층의 소득과 후생을 높이는 것이라면 디렉터 법칙은 복지정책이 그 목적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함을 알려준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책 결정에서 중간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스티글러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 총선 공약으로 내건 복지정책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보육, 의료, 교육, 급식 등에서 차별적이 아닌 보편적 지원의 확대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초중고교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 만5세 이하 어린이 무상보육, 건강보험 부담률 확대, 고등학교 의무교육, 대학등록금 50% 인하, 사병월급 인상 등이 그것이다. 빈곤 저소득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보다는 소득계층과는 무관하게 공공재의 형태로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라고 볼 수 있고 그 혜택의 대부분이 중산층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디렉터 법칙과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국가재정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공공재의 형태로 복지를 확대하면 정작 빈곤층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무상보육의 확대는 보육 수요를 촉발시켜 지원비용을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로 급증시킬 것이고 이는 국가의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반값 등록금, 사병월급 인상 등 다른 정책들도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면서도 혜택은 소득과 무관하게 주어지므로 결과적으로 빈곤층에 대한 혜택의 비중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근로무능력자 이외의 빈곤층에까지 국가가 소득지원을 하는 것은 근로유인을 떨어뜨려 복지와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복지가 필요하다면 근로유인을 감소시키지 않는 정책이어야 하고 한정된 재원 하에서 지원은 빈곤층에 집중되어야 한다.

모두 혜택을 받는 무상복지는 달콤하나 결코 무상이 아니며 전반적인 증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전반적인 증세는 중산층 이상의 복지혜택을 위한 부담을 저소득층에게 지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증세 없는 복지는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이 경우도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역시 저소득층이다. 누구를 위한 복지 경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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