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봄이 오는 ‘각북’을 아십니까… ‘나무, 나의 모국어’

Է:2012-03-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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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봄이 오는 ‘각북’을 아십니까… ‘나무, 나의 모국어’

이기철 시집 ‘나무, 나의 모국어’

4년 전 영남대 국문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이기철(69·사진) 시인이 신작 시집 ‘나무, 나의 모국어’(민음사)로 봄소식을 알려왔다. 계절의 순환인 봄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새로운 봄, 그러니까 후반기 삶에서 스스로 움튼 봄소식은 시 ‘나는 각북에 삽니다’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각북, 하면 여러분은 낯설겠지요 나는 각북에 산답니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으면 지구의 끝이라고 말할 게요 아니면 별똥별이 새끼 별똥별을 데리고 놀다가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중략) 나보다 백오십 살은 더 나이 먹은 상수리나무들이 수런거려 이곳 사람들은 그저 꿀밤나무 숲이라 부르지요”(‘나는 각북에 삽니다’ 부분)

각북은 경북 청도군에 있는 지명이자 시인의 창작실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시인에게 각북은 현실의 지명이라기보다 유토피아에 가까운 곳이다. ‘지구의 끝’이며 ‘별똥별이 새끼 별똥별을 데리고 놀다가는 곳’, 그러니까 이상향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 가는 방법은 딱 하나다. “나무가 제 안에 숨겨놓은 나이테처럼/ 어제가 순금으로 쌓이고// (중략)// 날 선 조선낫으로 햇빛을 써는 곳// 암소를 타고 가면 보일까// 나이 어린 학교의 채송화 잎사귀 같았던 책들/ 유리창에 손 벤 저녁놀// (중략)// 나무에서도 도랑에서도/ 소똥 냄새가 나는 곳으로// 시인이 되어 암소를 타고”(‘시인이 되어 암소를 타고’ 부분)

이상향은 어쩌면 유년 시절의 추억이 살아 있는 고향마을일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과거 속에 있다. 고향에 들었다 한들 예전의 고향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곳에 닿기 위해서는 ‘시인이 되어 암소를 타고’ 가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지명이었던 각북을 이상향으로 돌려놓은 시인은 이제 봄의 꽃인 자두꽃을 만나러 가려면 ‘자두역’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이 채찍질해 서둘러 자두역에 도착했습니다/ 자두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사람들만 낭하에 서성입니다/ 서리역 거쳐 함박눈역을 지나오느라 조금씩은 초췌하지만/ 자두역에서는 모두 손으로 햇빛 차양을 하고/ 먼 곳으로 이마를 빛냅니다/ 가슴마다 기다림이 꽃피기 때문이겠지요”(‘자두역에서 안부를’ 부분)

봄은 먼 곳에서 오는 손님처럼 기차를 타고 온다는 것이다. 서리역과 함박눈역을 거쳐야 닿을 수 있는 곳, 자두역. 그런데 자두꽃을 보려면 미리 자두역에 마중 가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심의 상상력과 맑고 고요한 시어가 만들어낸 공간, 자두역이 여기서 얼마나 먼지 도회지 사람들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도회지 사람들에게 자두역이며, 각북이며, 그의 마음속 이상향으로 초대하는 봄소식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나와 함께 이 세상 건너는 사람들에게/ 한 오리 실밥만 한 선물도 보낸 적이 없다// 오늘은 시 한 줄 햇빛 보자기에 싸서/ 발송인 없는 선물을 보내려 한다”(‘나무, 나의 모국어’ 일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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