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뭐래도 제주 봄꽃은 피고 또 피어나네… 탐라국은 지금 울긋불긋 꽃대궐
제주도는 지금 봄꽃이 한창이다. 바다와 가까운 올레길 주변은 물론 중산간과 오름에는 피고 지는 화사한 봄꽃들로 눈이 멀고 숨이 막힐 정도. 오름을 수놓은 이름모를 야생화를 비롯해 복수초, 수선화, 동백꽃, 유채꽃, 매화 등 제주의 봄꽃들이 연출하는 ‘삽시간의 황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봄이 완연한 제주도로 봄꽃 여행을 떠나본다.
◇수선화=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선화만큼 사랑받는 꽃도 드물다. 나르시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빠져 죽은 곳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수선화이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일찍이 수선화를 찬양하는 시를 지었고, 성경에도 수선화가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은쟁반에 금잔을 하나 올려놓은 형상이라 ‘금잔옥대’로 불리는 수선화는 제주도에서는 너무나 흔해 잡초나 다름없다. 오죽했으면 추사 김정희가 농부가 캐내 버린 수선화를 화병에 꽂아놓고 ‘푸른 바다 푸른 하늘 시름 가시고/ 너와의 선연은 다할 수 없어/ 호미 끝에 베인 예사로운 너를/ 오롯한 창가에 놓고 기른다’는 시를 지었을까.
수선화는 추사유배지와 대정향교, 김영갑갤러리의 담장 아래에 곱게 피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만들어진 대정읍의 알뜨르비행장 주변의 도로변과 밭둑에는 야생 수선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1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수선화는 이달 말까지 피고 지고를 거듭한다.
◇동백꽃=제주도의 동백나무 군락지 중 으뜸은 남원읍 위미리의 동백나무 숲. 수령 130여년의 동백나무 고목 500여 그루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위미리 동백나무 숲을 가꾼 주인공은 17세 되던 해에 이 마을로 시집온 현병춘(1858∼1933) 할머니. 품팔이를 해서 번 돈으로 ‘버둑’으로 불리는 황무지를 구입해 옥토로 가꿨다고 전한다.
올레 5코스에 위치한 위미리 동백나무 숲은 너무 울창해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특히 동백꽃이 낙화하면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지붕, 텃밭, 돌담, 골목 등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든다. 주황색 철대문 집은 현 할머니의 후손이 사는 곳으로 집안에는 동백나무가 밀림처럼 빽빽하다.
남원읍 신흥2리의 동백나무 군락지는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숲. 위미리 동백나무 숲보다 규모는 작지만 마을 형성 당시 방풍림으로 심은 동백나무가 고목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의 동백나무 고목은 어지러울 정도로 꽃이 많이 피기로 유명하다.
◇유채꽃=제주도를 상징하는 봄꽃은 노란 유채꽃이다. 산방산, 송악산, 용머리해안에 대표적인 유채꽃밭이 있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현란한 춤을 추는 유채꽃의 노란 물결과 짙은 향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한다. 특히 검은 돌담과 어우러진 노란 유채꽃은 서로의 존재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구좌읍 세화리에서 종달리를 거쳐 성산읍 섭지코지에 이르는 약 20㎞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겸해 유채꽃을 감상하는 길. 나지막한 돌담에 둘러싸인 유채밭이 계단을 이루며 한라산과 바다를 향하는 이색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유채밭 옆에는 이따금 초록색 마늘밭과 보리밭도 이웃해 더욱 눈을 황홀하게 한다.
TV드라마 ‘올인’의 야외세트장이 들어서면서 유명해진 섭지코지는 유채밭을 배경으로 성산일출봉이 장관을 이루는 곳. 구좌읍의 둔지봉(287m) 일대를 수놓은 드넓은 유채밭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제주올레길을 따라 길섶에 뿌리를 내린 유채꽃들이 짙은 향기로 올레꾼들을 유혹한다.
◇복수초=쌓인 눈을 뚫고 핀다고 해서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복수초가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을 비롯해 1112번 국도 주변에서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특히 절물휴양림의 절물오름은 꽃이 샛노란 세복수초와 하얀 꽃잎이 아름다운 은빛세복수초가 자생하는 군락지.
봄이 무르익기도 전에 눈과 얼음을 뚫고 자라 얼음꽃으로도 불리는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1월부터 4월까지 피고 지는 복수초는 오전에 꽃잎이 열렸다 저녁이 되면 닫힌다.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꽃잎을 열지 않아 화창한 봄날 오전에 숲속으로 들어가야 한주먹씩 무리지어 피어 있는 복수초를 만나게 된다.
복수초가 많이 피어 있는 절물휴양림 근처의 1112번 국도는 삼나무가 아름다운 구간. 특히 5·16도로와 만나는 교래 입구에서 절물휴양림으로 가는 명도암 입구까지 2.7㎞ 구간은 아름드리 삼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곳으로 숲속에는 복수초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야생화=봄을 알리는 제주도의 야생화는 바닷가 들녘의 돌담 아래에서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민다. 그 중에서도 양지바른 들녘이나 길섶 여기저기에서 무리지어 피어나는 앙증맞은 풀꽃이 있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고 해서 봄까치꽃으로도 불리는 개불알풀꽃으로 아기 손톱보다 작지만 짓밟혀도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제주도의 오름은 야생화들의 천국. 할미꽃 제비꽃 새끼노루귀 새우난초 설앵초 등 키 작은 야생화들이 누렇게 탈색한 억새 아래에서 앙증맞은 꽃을 피운다. 특히 능선의 선이 곱기로 이름난 용눈이오름에는 군락을 이룬 할미꽃이 주능선 주위를 따라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한경면 저지리예술마을의 방림원은 제주도 야생화는 물론 전 세계 야생화 3000여 종이 철따라 꽃을 피우는 야생화 전시관. 복수초, 영춘화, 노루귀, 괴불나무, 백서향, 털진달래, 윤판나물아재비, 명나나무, 천리향나무 등 200여 종의 봄꽃들이 그윽한 향기와 함께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제주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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