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마음의 양파껍질

Է:2012-03-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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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안태정] 마음의 양파껍질

우리는 선입견이 많다. 자신의 생각에 상황들을 끼워 맞추고 판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두 눈 속에 수정체 대신 프리즘이 박혀있어 세상만사 그렇게 굴절시켜 보나 싶다가도 결론의 전제가 선입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수가 많다. 한 설문조사에선 면접관의 90%가 응시자의 인상이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정작 채용하고 나서는 후회할 때도 많다고 한다.

인상은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인상이 자신을 어필하는 가장 확실한 광고이며 마케팅이니 좋은 인상만큼 소중한 자산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겉모습으로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어떤 이는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라며 이면의 자질까지 꿰뚫어 보는 직관력을 확신한다. 외모를 판단하면서도 외모 뒤의 가치까지 평가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직관력이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내가 봐선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당혹스러워한다. 순진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흉악범으로 밝혀질 때도 그렇다. 사람을 특정 잣대로 결정짓는 건 위험한 일이다. 자신을 100% 인지하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물며 상대방을 100%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지역이나 혈액형, 별자리, 신체의 특징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 선입견은 경험을 통해 얻겠으나, 찬찬히 돌이켜보면 ‘남이 그렇다더라’는 검증 없는 내용을 받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싶다. 특별한 느낌에 작은 경험을 더해 ‘역시 그래, 그럼 그렇지’라며 그 선입견을 더욱 강화시킨다.

최근 어느 노신사가 함께 있던 몇 분들의 손바닥을 펴서 그네들의 인생을 읊으셨다. “살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두 명 만나겠어.” “자네는 생명줄은 긴데 앞으로의 반려자 선은 흐리네.” “훗날 부(富)가 올 테니 지금 벌이에 너무 상심하지 마.” 손바닥 안에 그어진 여러 개의 선만으로 인생이 결정되어지는 순간이다. 거기에 혹하는 젊은 여성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인스턴트, 디지털 시대로 빛의 속도처럼 전개되는 변화무쌍한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의 만남과 판단은 슬로 푸드, 아날로그처럼 진득한 시간을 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양파껍질을 벗기려면 눈물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모두에게 마음의 껍질이 있다. 그 속마음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진중한 시선,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결정하자. 마라톤과 같은 인생에서 고비마다 맞는 중대한 순간에는 한 숨을 고르는 여유가 필요하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상대적이므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서두르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려주자. 투수가 던지는 공에 직구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새봄 잔디가 돋은 푸른 그라운드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즐길 준비를 하자. 그러고 보니 목에 가시처럼 걸리는 게 하나 있다. 고의로 포볼을 내주고 돈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들!

안태정 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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