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세계여성의 날

Է:2012-03-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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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서와 함께 여성의 이름으로 명명된 구약 룻기에 나오는 모압 여인 룻은 남편을 잃은 뒤에도 시어머니 나오미를 극진히 모신다. 새 남편 보아스와의 만남의 계기가 된 이삭줍기 장면은 눈물겹다. 해가 져 이삭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된 일을 한 룻은 이를 시어머니와 함께 먹는다. 룻은 보아스와의 사이에서 오벳을 낳아 다윗왕의 증조모가 되는 복을 받는다.

룻이 순종의 여인이라면 여야 정당의 수장격인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대표는 의지의 표상이다. 정치적 노선은 다르지만 박 위원장은 양친을 비극 속에 보내고도 집권당 대표로 성장했고, 한 대표는 두 번의 검찰수사를 무죄로 이끌어내는 저력을 보였다. 여성정치인 전성시대를 활짝 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수원수료 후 임용되는 법관 수에서 여성이 앞선다는 사실은 이미 구문이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도 2000년 420명에서 2010년 2143명으로 10년 만에 5배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행정고시 행정·공안직 합격자의 여성비율이 22.5%에서 47.7%로 상승하고 기술직도 6.4%에서 22.1%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외무고시는 20%에서 60%로 급상승했다. 급기야 여성채용목표제가 양성평등채용제로 바뀌어 일부 직렬은 오히려 남성이 혜택을 보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탓인지 몇 해 전부터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의 국내외 행사가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한 이날이 크게 주목받지 않는 것을 여권신장의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학 연구자도 엄청 줄어 이미 서울여대와 숙명여대는 여성학 과정을 폐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주제 폐지, 상속에 있어서 남녀평등, 성매매 금지법 제정,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 등을 통해 여건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선거 때마다 여성후보 공천비율이 도마에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이 이혼할 경우 옛 부인에게 지급해야하는 양육비를 대폭 현실화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기준표를 새로 작성했다. 물가도 올랐는데 기존에 법원이 인정한 양육비로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시킬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올해 104주년을 맞는 여성의 날을 맞이해 다시 한번 여성의 인권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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