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창세의 우물서 믿음의 생수를 긷는다… ‘창세기 강해’

창세기 강해 /오스왈드 챔버스 지음, 스데반 황 옮김/토기장이

첼리스트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악기연주에 임하는 두 가지 태도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연주 실력과 기량을 한껏 보여주는 것과, 반대로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더라도 원곡자의 의도를 충실히 나타내는 것이다. 연주자가 자신을 뽐내지 않고 청중들이 음악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을 위한 자기포기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스왈드 챔버스의 책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바로 음악을 위해 자신을 포기한 연주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기 보다는 눈을 감고 기도하게 되고, 감동적인 문구에 감탄하기 보다는 성경을 펼치고 싶어진다. 그가 표현하는 방식이나 능력이 아니라 표현하고 기술하는 주체와 대상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기도, 사역, 심리 등 다양한 신학적 주제에 대한 챔버스의 저서를 통해 생수의 맛을 보았던 독자로서 ‘창세기 강해’는 다시 발견한 맑고 깊은 우물과 같았다. 반가웠다. 역자는 이 책을 강해가 아닌 묵상의 글로 소개한다. 묵상은 과거의 기록으로 존재하는 말씀의 우물에 생각의 두레박을 내려 오늘, 지금, 나의 목마름을 해갈할 생수를 긷는 작업이다.

챔버스의 창세기 강해는 “태초에”라는 사랑 고백으로 시작된다. 마치 “언제부터 내가 좋았어요?” “언제부터 내게 관심 있었어요?”라고 묻는 연인에게 답하듯 ‘태초부터’ 인간을 향했던 하나님의 사랑이 창조의 단서였음을 제시한다. 따라서 거듭남을 통해 재창조되는 성도는 누구나 ‘태초’의 순간을 맞이하며 혼돈과 공허 속에 질서를 찾고 하나님과 사랑으로 소통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창조 기사에 연이은 ‘타락’에 대한 진상규명은 죄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죄에 대해 책임지셨는가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창세기의 등장인물 중에서 특히 ‘아브라함’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는 말씀으로 첫 창조를 완성하신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간을 언약으로 다시 재창조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은 결코 영웅이나 위대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챔버스의 증언은 분명하다. “말씀을 붙드는 것은 우리의 믿음이 아니다. 오히려 말씀 안에 있는 생명이 우리를 붙든다(17쪽).”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는 그들의 결단이나 의지, 믿음, 그 무엇이 하나님을 붙잡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붙잡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그 붙드심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시간의 여행자가 된 듯 창세기의 사건들이 옛 시점, 옛 순간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 역사하시는 창조의 손길로 다가옴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챔버스가 말하는 가장 놀라운 창조의 기적은 에덴동산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이다. “주의 영으로 사는 삶은 평범한 상황을 승화시킨다. 잔디를 깎고 집안의 구차한 일을 하는 평범한 일이라도 주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이 그 일들을 하게 되면 그 일들은 더 이상 평범한 일에 머물지 않게 된다(361쪽).”

주님의 영이 생기가 되어 우리에게 유입되는 순간, 그 어떤 영역에서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동산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챔버스의 ‘창세기 강해’ 속에서 당신은 믿음의 여정을 기꺼이 동행해 줄 안내자들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신을 태초부터 영원까지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여행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주희현 목사 (북메이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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