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양기호] 3·11 대지진 1년, 일본의 고민

Է:2012-03-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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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양기호] 3·11 대지진 1년, 일본의 고민

세월은 참 빠르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일본 신문과 방송에서는 1주년 시리즈 보도가 한창이다.

1년 전 엄청난 대지진, 거대한 쓰나미,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합치면 2만명에 달한다. 경제적 피해도 약 300조원에 달하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폭발한 원자로 근처의 동네는 방사능 세슘에 오염되었다. 수도권까지 확산된 방사능 오염은 3·11 대지진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말해준다. 엊그제 부흥청이 발족했지만, 복구나 부흥작업은 느리다. 공무원 숫자도 태부족으로 복구예산의 절반은 아예 신청조차 못했다.

요즘 민주당 내각은 고민이 많다.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포기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후쿠시마 사태 후 54기나 있던 원자로는 대부분 멈추었고 겨우 2기만 가동 중이다. 그나마 4월말에 모든 원자로가 중단된다. 원자력발전을 포기하자는 여론도 과반수다.

원자력발전 포기해야 하나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 후 간 나오토 전 총리는 탈(脫)원전을 추진하였다. 작년 8월에 제정된 ‘재생가능에너지 특별조치법’은 그 산물이다. 이 법에 따르면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전력회사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재생에너지는 2020년까지 약 3000만㎾ 증가하게 된다. 발전점유율도 현재 9%에서 13%로 늘어난다.

그러나 문제는 심각하다. 원자력 공급이 제로수준으로 줄면서 화력발전용 액화가스(LNG)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엔고현상까지 겹쳐서 작년도 무역적자액만 37조원에 달한다. 이런 적자는 31년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강국으로 엄청난 무역흑자를 자랑하던 일본 체면이 구겨지고 있다.

우선 당장 더운 여름을 어떻게 날 것인가.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끄고 지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원자로 재가동 주장도 슬슬 나오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원자력발전 재가동과 수출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 실세인 센고쿠 요시토 정무조사회장 대행도 2월 지방강연에서 재가동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가동을 꺼리는 국민여론과 지자체, 시민단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복구와 부흥을 위한 소비세 증세도 언론과 야당이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1, 2차 추가예산만도 약 10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도 250조원이 더 있어야 한다. 일단은 국채로 충당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이 심각하다.

이미 국채는 세계최고로 국민총생산의 2배를 넘어섰다. 연간 세수(稅收) 가운데 세금보다 가불채권이 더 많다. 이 문제를 풀자면 결국 세금을 더 걷는 수밖에 없다. 노다 내각은 현행 소비세 5%를 2014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겠다고 나섰다.

예산부족 어떻게 메우나

세금 올리는 것을 누가 좋아하나. 절반 이상이 반대하니 결국 말을 바꿨다. 증세분을 재난복구에 쓰지 않고, 예산부족이 심각한 사회보장과 연금부분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돈 거둬서 재난지역 복구에 투입할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야당은 연일 불필요한 예산부터 줄이라고 야단이다. 증세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탈당하여 신당을 만들었다. 소비세 증세 법안을 밀어붙이면 올해 안에 해산, 총선거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였던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다. 이것은 정치의 존재이유가 ‘최종 결정’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탈원전인가 아닌가, 소비세 증세인가 아닌가, 일본사회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양기호(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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