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작업은 또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
종교서 파생된 이미지로 존재·욕망 반추
#김기라 1
홍익대에서 도예를 공부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유리 조형을 배웠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5년 가까이 유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묵화의 농담을 유리의 투명성에 결합시킨 작업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이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순간과 영원, 밝음과 어둠, 강인함과 연약함 등 양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개인전이 3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유리 깃털’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1000여개의 유리 깃털이 빛과 미디어 영상을 통해 어떤 이미지로 재현되는지 보여준다. 왜 깃털인가? 새의 깃털은 의도적으로 방향성과 편향적 기울기를 갖는다. 바람을 잘 타기 위한 것이다. 그의 작업 역시 깃털의 방향에 따라 자유롭게 항해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나무 조약돌 소나무 사과 등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빚어내던 작가는 몇 년 전 유리집을 짓는 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집을 구성하는 건축학적 요소와 집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과정이었다. 작가로서의 열망과 방황 속에 그가 집에 대해 내린 결론은 “가족 사랑 용서 화해 등 단어들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훌훌 털고 깃털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새가 하늘을 날 때 허공을 날고 있는 것 같지만 깃 밑으로는 그동안 거쳐 온 고단함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새는 허공을 나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딛고 서 있는 것이죠. 깃털 작업은 스스로 알을 깨고 이 세상에 나오기 위한 자유 선언이자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기도 해요.” 그는 작품을 눈으로 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보라고 권했다(02-391-9171).
#김기라 2
경원대 회화과와 대학원 환경조각과를 나온 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발언하는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각광받았다. 신화와 종교에 의해 파생된 이미지로 인간의 존재와 욕망 등을 반추해보는 ‘스펙터’ 시리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그의 개인전 ‘공동선(共同善)-모든 산에 오르라!’가 29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가 지난 8년 동안 10여개 나라를 다니며 모은 800여권의 문화·역사·인류사 등 서적에서 발췌한 신상(神像) 이미지들을 사진 콜라주, 드로잉, 설치 작품 등 60여점으로 구성했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300여점의 앤틱(골동품)도 선보인다.
그는 “조화와 공존 없는 발전은 폭력이며, 그 욕망의 폭력 안에 우리가 놓여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마음가짐(공동선)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제 ‘모든 산에 오르라’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대사에서 따왔다.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 역시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욕망을 발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깨지기 쉬운 유리판 위에 놓여 있는 설치작품 ‘우리들의 잃어버린 마음가짐, 2012’는 이른바 결혼 예물 3종세트인 다이아몬드·금·진주로 구성됐다. 크고 반짝이지만 모두 가짜다.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를 비꼬는 작품이다. 전시장 구석 작은 공간에 설치된 작품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은 관람객들 스스로의 편견이나 욕망이 어떤 모습인지 묻는다(02-708-5015).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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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 김기라 ‘유리 깃털’ - 남성 작가 김기라 ‘공동선’ 나란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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