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 펴낸 美체류 소설가 김영하 “이 시대, 우리 모두는 고아이지요”

Է:2012-03-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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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 펴낸 美체류 소설가 김영하 “이 시대, 우리 모두는 고아이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삼일절과 광복절이면 수백 대의 오토바이 족들이 도심으로 몰려들어 광란의 폭주를 했다. 그들은 왜 질주하는 것일까.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미국 뉴욕에 체류하고 있는 소설가 김영하(44)의 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문학동네)는 이들의 폭주 뒤에 숨겨진 슬픔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검은 꽃’(2003), ‘퀴즈쇼’(2007)를 잇는 ‘고아 3부작’의 완결편이기도 한 이 소설 역시 두 명의 고아가 등장한다.

소설은 고아 출신의 폭주족 우두머리 제이의 행적을 그의 친구인 동규가 1인칭 화자가 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현재 체류 중인 뉴욕에서 소설을 탈고한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고아 3부작을 마친 소감은.

“쓰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하나둘 모였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겁니다. 작가와 작품의 관계는 산책을 나간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개(작품)가 앞서 나가고 때로는 주인(작가)이 앞에서 끌고 가는…. 뭘 쓰고 있는지 의식하면서 쓸 때도 있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왜 그때 그런 작품을 썼는지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적 고아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제가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씌어졌고 몇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한 모티프처럼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떤 자의식이 정신적 고아를 등장시켰는지 궁금한데.

“저 자신은 아주 어려서부터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팔도를 떠돌며 살았습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90년대에 작가가 되고, 그때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규칙을 익혀야 했습니다. 지금 역시 친구 하나 없는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고아의 그림자를 뒤에 달고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세대의 경험과 규칙이 시시각각 무화되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고아입니다. 어쨌든 고아 3부작은 이 소설로 마무리를 하고 이제 좀 다른 종류의 인물들을, 좀 다른 각도에서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 소설에서 각별히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무엇인지.

“현실에 존재하는 지옥을 어떻게 문학의 언어로 옮길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야만의 상태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현실을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 어찌 담을 것이냐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이 실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현실과 언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가 난제였던 것 같습니다.”

-고아 출신의 폭주족들이 삼일절과 광복절이면 질주하는 장면이 인상 깊은데.

“가장 관심 있게 고민했던 부분이 소음과 소리의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존재 자체가 이 사회의 소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일종의 노이즈입니다. 광복절 대폭주에서 이들의 노이즈는 가장 높은 볼륨으로 치솟게 됩니다. 이 소음을 ‘목소리’로 바꿀 수는 없을까, 듣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목소리로 번역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의 일과는.

“단순한 편입니다. 해가 있는 동안에는 집필, 해가 진 뒤에는 독서와 휴식. 그런 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집필은 주로 도서관에서, 수정은 집에서, 그런 식이고요. 컬럼비아대학의 학생들을 만나 강의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잦지는 않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귀국 스케줄은.

“올해 말까지는 여기 머물지 않을까 싶고요. 그 전에 귀국할 계획은 아직 없는데 모르죠, 사람 일이.”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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