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고난 딛고 ‘독학 학사모’ 쓰다

Է:2012-02-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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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고난 딛고 ‘독학 학사모’ 쓰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맏이로 태어난 이예린(35)씨는 북한에 닥친 경제난으로 집안이 어려워지자 스무 살이던 1997년 위험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넜다. 이씨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탈북 1개월 만에 인신매매를 당해 원치 않는 사람과 강제로 결혼까지 했다. 이씨는 “인신매매단에 잡혀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0만원에 조선족에게 팔려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혼 후 낳은 딸을 바라보며 지냈지만, 고된 시집살이와 북송의 불안감에 하루도 편하지 못했다. 결국 제3국을 거쳐 2003년 12월 한국에 입국했다. 딸은 2007년에 데려왔다.

한국에서의 생활도 평탄치 않았다. 고정된 직업이 없어 식당, 피부마사지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식당에서 일하던 중 허리를 다쳤다. 일을 못하게 되자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2009년부터 소질이 있던 요리를 공부하기 시작해 한식조리사,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생계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그런 이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학점은행제였다. 오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원격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일을 하면서 학점을 땄다.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최근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호텔조리과에 학사편입을 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이씨는 24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2년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특별상을 받았다.

수여식에서는 이씨를 포함해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 청각장애 디자이너 등 3만3833명이 학점은행제와 독학학위제로 영광의 학사모를 썼다. 이씨는 “오랜만에 공부를 다시 하게 돼 힘들었지만 동료와 교수들의 도움으로 학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요리공부를 계속해 새터민에게는 희망을, 세계인에게는 남북한을 아우르는 한식의 맛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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