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병권] 건강한 사회의 조건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드물어 그렇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관음벽이다. 다른 사람의 성적인 활동을 숨어서 바라보는 데서 쾌락을 추구하는 고약한 버릇이다. 충동적인 현상이라 심해지면 병이 된다. 최근 여자 연예인의 합성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경찰에 검거된 50대 남성 두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숨어서 남을 엿보는 행위는 사실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렌즈로 대상을 찍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대표적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소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남몰래 탐닉하는 것을 죄악시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 탐닉의 대상이 주로 여성의 육체에 관련된 것이 많기 때문에 페미니스트의 강력한 반론이 있다.
우리 사회 관음벽 지나치다
문제는 이런 습성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유명인의 합성 누드 사진이나 대학가 주변, 심지어 주택가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방(房)으로 끝나는 각종 업소를 보면 추론이 가능하다. 방이 무엇인가. 사방이 막힌 폐쇄적인 공간 아니던가. 이런 음습한 곳이 번창하는 것은 분명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이 뿐 아니다. 인터넷 강국을 상징하듯 사이버 공간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온갖 종류의 저질스런 성관련 동영상과 사진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어른 아이 남녀 구별도 없다. 유흥업소 홈페이지에는 그 곳의 종업원이라며 반라에 가까운 사진을 올리는 곳도 드물지 않다. 심지어 각종 인터넷 매체 홈페이지에는 성형병원을 소개한다면서 낯 뜨거운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사진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단속 근거도 마땅치 않아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저질의 음란물과 유사 음란물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공동체가 즐거움을 너무 쉽게 추구한데서 비롯된 것 아닐까. 가령, TV나 영화를 보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르다. 외형상 다 같이 ‘보는 행위’지만 노력과 정성이 차이난다. 영상물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가는 수동형에 가깝고 독서는 글을 읽으며 사고하기 때문에 능동형에 가깝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 영상물이 예술성이 결여된 조악한 것일 땐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점에서는 문명의 이기가 나태를 초래해 인간을 더욱 비문화적으로 만든다는 인류학자들의 지적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이 편한 것’이란 우리 옛말이 있다. 화목한 가정과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진 가장이 별달리 할 일이 없다보니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고 투전판을 기웃거리다 신세를 망쳤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별다른 재미가 없더라도 반복되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실패하는 인생이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즐거움 얻는데도 노력 필요
사실 관음벽이란 국가가 노골적으로 개입해 바로잡을 성질의 것은 아니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범죄와 생활의 중간쯤 되는 영역이라 함부로 나서기도 어렵다. 개개인의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그런 영역을 공권력을 통해 함부로 간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자기절제라는 개인적 문제로 돌아가고 만다. 사소한 데서 즐거움을 찾고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이런 생각과 행동을 공유하는 평범한 사람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도 건강성을 회복하지 않겠는가.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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