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푸아그라
통상 세계 3대 진미로 철갑상어 알인 캐비아와 홀 트러플(송로버섯), 거위 간인 푸아그라를 꼽는다. 성호르몬 일종인 페르몬이 포함돼 있는 캐비아는 사랑의 묘약으로 불린다. 믿거나 말거나, 남녀 간 애정을 돈독히 하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독특한 향을 내는 송로버섯은 인공재배가 안 되는 탓에 희소성이 높아 식탁 위의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푸아그라는 지방 함량이 높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지난해 말 국내 한 유명 백화점이 캐비아 12g, 송로버섯 50g, 푸아그라 80g을 담은 설 선물세트를 무려 59만원에 판매한 적도 있다.
국내에는 푸아그라를 맛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다르다. 프랑스인들의 푸아그라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다. 크리스마스와 연초가 되면 푸아그라를 찾는 식습관이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북동부의 알사스에서 공급되는 푸아그라는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인류가 푸아그라를 먹기 시작한 때가 로마시대부터라고 하니, 역사도 꽤나 오래됐다.
그러나 푸아그라는 동물 학대의 상징이다. 제조 과정이 너무 잔인하다. ‘비대한 간’이라는 말뜻처럼 거위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둬놓고 하루에 세 번씩 부리에 대롱을 연결해 옥수수 사료를 강제로 먹여 간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린다. 그리고 기름 낀 간 무게가 1.5∼2㎏정도 되면 떼어내 우유나 와인에 담가 놓았다가 굽거나 튀겨 먹는다. 인간의 식탐으로 인해 거위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푸아그라를 혐오식품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동물 학대를 막아야 한다며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보온성이 뛰어난 거위 털은 의류업체들이 사들인다. 하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지속되면서 푸아그라 공급 농장의 거위 털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업체 A사도 사료를 강제로 주입한 거위 털을 쓰지 않는다고 홍보해왔다. 그 회사가 강조해온 ‘윤리적 생산’은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포 포스(Four Paws)’에 의해 거짓말로 드러났다. 헝가리의 푸아그라 공급 농장에서 대량 생산된 거위 털로 의류를 만들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A사도 일부 사용했다고 인정한 뒤 다른 공급원을 찾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셈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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