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왕리쥔 사건’이 보여준 것

Է:2012-02-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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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정원교] ‘왕리쥔 사건’이 보여준 것

“이 편지를 보게 될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거나 자유가 없는 상태일 것이다.”

최근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成都)발로 가시화된 소위 ‘왕리쥔 사건’은 중국 정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되고 있다. 올 가을로 예정된 ‘스바다(18대,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적 이념이 다른 인사를 공격하는 방식이 과거와 아주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종 목표를 바로 겨냥하지 않고 2인자의 비리를 먼저 파헤치거나 관영 언론을 통해 힘겨루기를 하는 게 그렇다. 1995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베이징방의 라이벌 천시퉁(陳希同) 베이징 서기를 칠 때 1차 표적은 베이징시 부시장이었던 왕바오썬(王寶森)이었다. 왕바오썬은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천시퉁은 1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뒤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상하이방의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를 잡아들이기 전 먼저 체포한 인물도 천의 비서였던 상하이 바오산(寶山)구 청장(廳長) 친위(秦裕)였다.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의 동정이 충칭시 당 기관지 중경일보(重慶日報) 등 관영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는지에 따라 그의 부침을 가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계 요인의 거취에 변화가 있기 전 관영 매체가 가장 먼저 그 같은 분위기를 전달한 예는 부지기수다.

여기에다 광둥성 기관지들이 뒤늦게 남순강화 20주년 특집 기사를 쏟아낸 것이나 신화통신이 이를 받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개방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좌파로 분류되고 있는 보시라이를 겨냥한 현 지도부의 ‘화력 강화’로 읽히는 대목이다.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나라가 아닌 만큼 이런 식으로 질서 재편이 이뤄지는 건 하나의 정치적 관행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왕리쥔 사건’이 중국 정계의 지각 변동을 초래하게 됐다는 정치적 의미를 떠나서도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극적인 부분은 왕 충칭시 부시장이 미 총영사관을 도피처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천시퉁이나 천량위 역시 보시라이처럼 정치국 위원이었다는 사실에서는 똑같다. 정치국 위원이 어떤 자리인가. 13억5000만 인구를 통치하는 중국 공산당에서 25명 안에 들어가는 직위다.

그러나 앞의 두 사건이 순수한 국내 정치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국제적인 사건이 돼 버렸다. 중국 지도부도 왕리쥔이 미국 공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다는 전언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니나 다를까.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왕리쥔에게 망명을 허용하지 않은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딱 한 번 신화통신이 지난 9일 외교부 대변인실이 발표한 “왕리쥔 부시장이 6일 청두 미국 총영사관에 하루 머무른 뒤 떠났다”는 내용을 보도한 게 전부다. 이렇다 보니 소위 ‘재야 언론’이나 반(反) 중국 성향 홍콩 언론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이들 매체 중에는 미국에 사이트를 둔 보쉰(博訊)이나 둬웨이(多維) 등도 포함된다.

재야 언론 보도에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내용이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특히 왕리쥔이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간 첫날 보쉰이 그가 쓴 편지 전문(본보 2월 10일자 3면)을 보도한 것은 이번 사건의 간단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는 결정적 단서였다. 다만 이번 사건의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기까지는 과거에 그랬듯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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