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여수박람회 숙박대란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전남 여수가 축제 분위기에 들어갔다. 106개 국가와 9개 국제기구 등이 참가하는 박람회를 앞두고 세계 최초의 해상전시관인 주제관을 비롯해 각종 시설이 속속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8000여 회에 이르는 문화예술공연 등 세계인을 감동시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론리플래닛과 CNN 등이 올해 꼭 가보아야 할 여행지로 꼽은 여수세계박람회는 대전엑스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세계박람회.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 동안 열리는 박람회의 예상 관광객은 외국인 48만명을 포함해 1080만명. 단순 계산으로 하루 11만명이 인구 30만 도시에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셈이다.
조직위와 여수시는 오랫동안 교통 및 숙박 대책을 마련했다. 완주∼순천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전라선 복선 전철화와 KTX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박람회장까지 3시간대 접근이 가능해졌다. 또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목포∼광양 고속도로, 순천∼여수 자동차전용도로 등 광역교통망도 곧 개통된다. 여수 시민들에게 차량 이용을 자제시키고 셔틀버스를 투입하는 등 다양한 교통 분산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다. 하루 1만명이 몰리는 지역축제 때도 도시와 인근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다. 하물며 하루 11만명이 관광버스나 승용차로 여수를 찾을 경우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도로를 무한정 건설할 수는 없다. 불편하더라도 참고 지혜롭게 극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턱없이 부족한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여수에 호텔과 리조트가 건설되고 있지만 이 역시 조족지혈이다. 박람회 기간 중 예상되는 하루 숙박 수요는 총 3만5000여 실. 이 중 여수시 숙박 수요는 1만5700여 실로 예상되는데 현재 수용능력은 고작 36%인 5700여 실에 불과하다. 조직위와 여수시는 민간아파트, 대학기숙사, 크루즈해상호텔을 숙박시설로 확보하고 인근 도시로 숙박 분산을 꾀할 계획이지만 숙박대란은 피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여수 숙박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텔과 여관이 박람회 때 한몫 챙기기 위해 아예 객실예약을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숙박대행사가 여수의 모텔을 통째로 빌리기 위해 접촉하자 객실 1개에 40만원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대행사가 여기에 마진을 붙일 경우 숙박료는 50만∼60만원으로 뛸 수밖에 없다. 평상시의 1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폭리이다. 조직위에서 바가지 요금 땐 지정업소를 취소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행사들은 박람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방을 구하지 못해 여행상품을 출시조차 못하고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박람회 기간 중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모텔 방값이 아무리 비싸도 8만∼9만원 정도라야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한 교통대란으로 여수 인근 도시에서 숙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수세계박람회의 진정한 성공은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여수를 찾는 데 있다. 한몫 챙기려는 숙박업계의 바가지 상혼이 여수 이미지에 먹칠을 하면 여수에 건설된 박람회 시설물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채 월드컵 경기장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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