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심사제 개선해야” 결의문 채택… 서울중앙·남부·서부지법 단독판사회의 무슨 얘기 오갔나
17일 오후 4시30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동관 4층 중회의실. 전국 최대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의 단독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동료 서기호(42) 판사가 재임용 탈락으로 이날 법복을 벗고 퇴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회의에 참석하는 판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투명하지 못한 법관 연임심사 제도와 근무평정 제도로 인해 자신들 역시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들을 짓누른 듯했다. 헌법에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에 대한 확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병철 중앙지법 민사공보판사는 “65명 이상 참석해 성원이 됐다”고 회의 시작을 알렸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같은 시각 서울남부지법과 서부지법에서도 같은 안건으로 단독판사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판사들은 근무평정 항목과 기준의 적절성, 평정 내용의 공개 여부, 대상자의 평정절차 참여, 불복방안, 연수원 성적을 기본으로 한 동기 간 서열제도 등을 집중 논의했다.
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연임심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재판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현행 근무평정을 근간으로 하는 연임심사제는 객관성·투명성이 담보되고 방어권이 보장되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해 중앙지법원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연임심사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울서부지법 단독판사들도 대법원장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근무평정 중 부적격 판단을 받은 판사에게는 매년 사유를 알리고 해당 판사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부여하며, 연임 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에게는 법관인사위에 소명할 기회를 줄 것 등을 요구했다.
판사회의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전지법이 오는 20일 단독판사뿐 아니라 배석판사까지 참석하는 평판사회의를 열기로 했고 광주·의정부지법에서도 다음 주 판사회의 개최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판사회의를 열었거나 열기로 의결한 법원은 모두 7곳으로 늘었다.
한편 서기호 판사는 오전 10시 서울북부지법에서 마지막 재판을 마친 뒤 법원노조가 마련한 환송식에 참석했다. 서 판사는 “10년 단임제 임기를 마치고 잠시 퇴직하는 것뿐”이라며 “밖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서 판사는 전날 변호사 8명과 일반인 12명으로 구성된 1차 법률지원단 회의를 갖고 법적 대응에 본격 나섰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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