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사랑은…

Է:2012-02-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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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사랑은…

내가 아는 한 아이는 참 예쁘고도 착하다. 이제 스물일곱. 매사에 성실하다보니 직장에서도 꽤 신임을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헌데, 이 아이가 너무 성실하고 착하다보니 약간은 푼수끼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나이든 내가 보기에는 영악스럽지 않아 오히려 더 마음이 가고, 얄팍하지 않아 더 애틋했지만 제 또래 친구들에게서는 그게 좀 답답한 모습으로 비쳐졌던 모양이었다.

“나도 실연의 아픔이 있었단다”

어느 날, 그 아이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다. 전화기 액정 화면에 뜬 반가운 번호에 나는 웃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다짜고짜 거친 울음부터 쏟아져 나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 그렇게 단장의 울음을 울 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을 수밖에 당장에 내가 해줄 일은 없었다. 그 울음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아이가 스스로 민망했던지 울음을 참으며 이야기했다.

이야기인즉,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말한 남자 친구를 알고 있었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배우처럼 잘 생긴 외모를 가진, 그야말로 최고의 남자친구였다. 그동안 나는 그런 둘을 보며 자꾸 아슬아슬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남자친구의 수려한 용모는 늘 여자아이들의 주목을 끈다고 했다. 개중에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처럼 구는 아이도 있고, 내로라하는 부잣집 아이도 있으며, 김혜수를 닮은 아이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헌데 내가 아는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 속에 섞여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던 것이다.

언젠가는 은근히 그 아이에게 남자친구 때문에 마음고생하지 않느냐고 떠보기도 했다. 하지만 천성이 워낙 착하다보니 질투도 하지 않았고, 또 남자친구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오히려 눈을 둥그렇게 뜨고서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내심 나는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 그렇게 멋진 남자친구랑 사귀려면 그 정도의 믿음은 있어야겠지, 새삼 그 아이가 미더웠다.

헌데 내 기우가 기우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한동안 그 아이의 말에 뭐라 대답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게 진작 남자친구를 믿지 말았어야지라고 타박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헤어져 마음아픈 아이한테 야단까지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아이는 계속해서 전화기에 대고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남은 울음을 울었다. 당장에 그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은 그 남자친구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사람을 잡는다 해서 돌아오지 않는 법. 오히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고약스러워서 잡으면 잡을수록 멀어지는 게 사람의 정리였다.

나는 그때 옛날의 나를 떠올렸다. 나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죽는 것이 차라리 사는 것처럼 여겨질 만큼 실연의 아픔은 혹독했었다. 주변의 한 사람이 아무리 실연의 상처가 깊더라도 6개월이 지나면 아문다고 나를 위로했지만 하루하루가 지옥 속을 헤매는 기분이던 내게 그 6개월은 끔찍하게 생각됐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내게도 그런 실연의 아픔이 있었노라고. 그때는 지금의 너처럼 죽고만 싶었다고. 어떻게 그 시간을 헤쳐 나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사랑하고 계심을 느껴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니 실연의 상처를 잊는 데는 6개월도 걸리지 않더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하나님이 참으로 나를 사랑하시고 계신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 사람하고 함께 했더라면 나는 아마 내가 힘들었던 그 시간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픔을 겪게 하지 않으시려고 하나님은 미리 나를 구하신 것이다. 그러니 당장에 지금은 아프더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그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감사하게 여기라고 말해주었다.

다행히 그 아이도 하나님을 믿고 있었다. 신앙도 깊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덧붙였다. 정말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고 계신다고. 내 말에도 그 아이는 여전히 전화기 속에서 숨이 잘리는 울음을 울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아이도 알 것이다. 진정 하나님이 저를 사랑해 이렇게 아픈 이별을 주셨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까지 잘 견딜 수 있도록 기도해주는 일 외에는 지금 당장 내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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