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위원 사퇴 파문] “의결권 전문위원, 추천기관 거수기 노릇 안된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사퇴로 주주권을 강화하겠다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큰 방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재벌개혁 등을 위해 공단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의견 속에서 논란이 치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위원들이 “재벌 봐주기”라며 사퇴함에 따라 공단은 안과 밖에서 제기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문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토대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여부를 결정하는 핵심기구다. 기금운용위원회 산하기구로 2005년 3월 ‘의결권 행사지침’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라는 입장에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정치적 편향 논란을 잠재우고 전문가들의 실무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였다. 위원회는 정부 추천 2명, 사용자대표 추천 2명, 근로자대표 추천 2명, 지역가입자 대표 2명, 연구기관 1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전문위원들은 지난 10일 최태원 회장 이사 선임권에 대한 회의를 열고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다.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이 하이닉스의 가치를 높이는지를 놓고 찬반의견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의결권 행사지침’ 6조는 의결권 행사의 원칙으로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는 경우 찬성하지만 감소가 초래될 경우 반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느 경우도 아니면 중립 또는 기권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회의 후 투표에서 회의에 참석한 위원 8명 중 3명은 찬성했고, 3명은 반대했다. 1명은 중립, 1명은 기권이었다. 전문위는 찬반이 동수인 투표결과를 반영해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중립의견을 냈다. 그러나 회의 직후 전문위 임시위원장인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는 “위원들은 추천자가 누구이든 추천기관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위가 설립 당시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위원직을 사퇴했다. 김우찬 KDI 국제정책연구원 교수도 “전문위 활동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함께 그만뒀다.
외부의 비난 목소리도 높았다. 하이닉스 임시주주총회에 참여했던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에 아무 이의제기를 못하는 기관투자자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서정욱 변호사 등 법조인들은 의결권의 적절한 행사가 없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3일 “전문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장으로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전 이사장은 “의사결정 과정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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