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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광재] 유권자 깨어있어야 정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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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할 것 없이 요즘 정치권은 입만 열었다 하면 유권자의 희망을 부풀리는 ‘묻지마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유권자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선거가 다가오니 안달이 난 모양이다. 선물처럼 쏟아내는 공약보따리는 말할 것 없고, 심지어 당명을 바꾸고 서로 자신의 공약을 베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선거에서 공약을 보고 선택하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더니 마치 정책경쟁이 정치권의 중요 관심사라도 된 듯하다.

여야가 똑같은 거짓말 경쟁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서민 중산층을 겨냥한 복지공약을 풀어놓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복지공약에 대한 당정협의나 예산조달방안은 아직 없었다고 당당히(?) 고백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4대강 등 개발 예산을 조정하여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약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직 정확히 추계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 경쟁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이들이 복지공약을 내세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고,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지난 총선과 같이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 집값 땅값과 관련한 유권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개발공약으로는 더 이상 표를 얻지 못한다는 생각도 희망을 부풀리는 복지공약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한결같이 ‘거짓공약’을 쏟아내는 정치권의 모습이 정작 선거에서 어떻게 표심으로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공약은 선물보따리가 아니라 유권자의 동의 하에 권한이 위임되는 것이며, 따라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함께 설정하는 공적계약임을 명심해야 한다.

진실함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힘들고 아플 때 곁에 있어 주는 서민정치로의 변화를 기대하는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거짓공약’을 보고 있노라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특히 18대 국회의원 공약 완료도가 35.16%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또 다시 ‘마구잡이 공약’, ‘쪼가리 공약’ 남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20대 정치참여 열기가 높아지는 등 모처럼 찾아온 정치 활성화의 가능성을 앗아가는 처사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배신’ 행위다.

일부에서는 정당의 공천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제도정치권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과거의 경우를 보더라도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았던 힘은 일차적으로 유권자이고 그 다음이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약은 미래 위한 공적 계약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인의 거짓말과 약속실천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선거를 치르겠다는 자세다. 연일 쏟아내는 정치권의 거짓정보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보도행태는 거짓정치에 덩달아 춤추고 있는 것 같다. 언론사들의 협약을 통해서라도 정당 매니페스토가 제시되기 전까지는 그들의 설익은 선물보따리를 철저히 외면해야 한다. 유권자는 현명한 대응 시나리오, 유권자 행동을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당공약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선거일 40일 전까지 내놓으라고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 핵심공약과 우선순위를 보고 타당성과 가능성을 꼼꼼히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각 당이 제시하는 매니페스토를 통해 선거 전에 한 말 다르고 선거 때 하는 말 다른 것은 없는지 현미경처럼 검증해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야 정치가 바뀐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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