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30시간만에 풀려난 이민성 섬김교회 목사 “납치범 우호적… ‘당신들 목표 아니었다’ 사과도”

Է:2012-02-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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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북동부 시나이 반도에서 피랍됐다가 30시간 만에 풀려난 이민성(서울 섬김교회·53) 목사는 12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인솔자! 인솔자!” 10일 오후 3시30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남노회(노회장 이형규 장로) 성지순례단 29명이 이집트 성지순례를 마치고 시나이 반도 끝자락에 있는 시내산 근처에 이르렀을 때 이집트인 무장세력 7명은 소형트럭 2대로 순례단이 탄 버스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3명이 버스에 올라타 총부리를 겨누고 어설픈 한국말로 인솔자를 찾았다. 이 지역은 이집트 피라미드를 둘러본 뒤 시나이반도에서 마라의 쓴물과 시내 산을 둘러보는 성지순례의 일상적 코스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기에 기념품을 파는 현지인들이 한국어 몇 마디는 구사할 줄 안다.

아무 대답이 없자 납치범들은 버스 맨 앞자리에 타고 있던 나와 이정달(62·과천교회) 장로를 끌어내렸다. “나는 인솔자가 아니오.” 이 과정에서 납치범들은 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나와 이 장로, 한국인 가이드 모종문(59·여)씨, 이집트 현지 가이드 등 4명은 영문도 모른 채 트럭 2대에 실려 2시간을 내달렸다. 도착한 곳은 사막 한가운데 야트막한 언덕이었다. “처음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피살됐던 김선일 형제가 떠오르더군요. 이 길이 어쩌면 순교의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박이나 구타는 없었다. 납치범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붙잡힌 배두인족 인질 1명을 풀어내기 위해 납치한 것인데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그들은 트럭으로 이동할 때 자리를 내주고 치즈와 과자, 이불도 제공했다. 그곳에서 오후 9시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1시간을 달려 바위 골짜기로 들어갔다. “깜깜한 광야에서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담담했습니다.”

“지금 숙소로 들어갈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히 하라!” 납치범들은 11일 새벽 2시20분경 일행을 데리고 마을로 들어갔다. 방 4개가 있는 허름한 집이었는데 구석진 방에 넣고 외부에서 문을 잠궜다. 차가운 타일 바닥에 카펫 하나를 깔고 모포 1장을 덮었다. “장로님과 두 손 붙잡고 풀려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드리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오전 9시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니 문을 열어줬다. 10시경 널찍한 밀가루 빵과 치즈가 나왔다. 정오가 되니 납치범들이 “일이 잘됐다. 1시간 뒤에 풀려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지체됐다. 결국 오후 8시경 갇혀있던 집에서 나왔고 트럭과 택시를 갈아타고 오후 9시 호텔에 도착했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사건발생 30시간 만이었다.

이 목사는 “이번 사건을 놓고 한국교회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간 곳은 크리스천이라면 평생에 한번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일반적 성지순례지”라면서 “한국의 성당에서도 몇 팀이 동행할 정도로 일상적인 코스였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외교통상부가 지정한 여행주의지역도 아니었고 성지순례단 역시 선교나 종교적 행동을 일체 하지 않았다”면서 “자기네 인질을 빼내기 위해 관광객을 납치한 사건인데 거기에 우리가 우연히 걸린 것뿐이다. 풀려나는 과정에서도 일체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불필요한 오해는 삼가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서경주(51) 사모와 지종득(의왕교회) 전중식(서울 효성교회) 목사 등 나머지 일행은 사건발생 1시간 후 호텔로 복귀했으며, 이들의 안전과 석방을 위해 끊임없이 중보기도회를 가졌다. 성지순례단 일행은 현재 요르단에 머물고 있으며, 17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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