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들끓는 ‘저축銀 피해 구제법’… 法 근간 흔들고 형평성·재원조달 등 문제 심각
예금자보호법이 뿌리째 흔들리게 생겼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처리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 때문이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호 한도가 5000만원까지인데 새 법안은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과 후순위채권 피해액에 대해서도 55%까지 손실보전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해당 피해자 총 8만2391명의 눈치를 보느라 법질서를 파괴했다는 지적이다.
법안이 최종 성립되려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겠지만 이미 여야가 협력해 정무위원회를 거친 만큼 남은 절차도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10일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전국 5개 금융단체들은 “새 법안은 법치주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므로 본회의 상정을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원칙 훼손이 가장 큰 문제다. 원칙이 훼손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한 번 무너진 원칙은 쉽게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사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이번 조치가 선례로 제기될 수 있어 금융질서는 반복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
형평성도 문제다. 과거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해 피해 구제를 못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후순위채의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도 피해를 구제한 사례가 없다. 민원성 피해구제 요청을 덥석 정치권이 받아들인 새 법안은 정치가 경제를 유린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하겠다.
피해보상액의 재원 조달도 문제다. 약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 재원의 대부분은 예보 특별계정 출연금인데 이 돈은 파산한 저축은행들이 낸 것이 아니라 은행, 보험사가 낸 것이라는 점에서 자금 전용은 물론 사적재산권 침해라는 위헌소지도 안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 질서는 사실상 붕괴됐다”며 “소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져야 할 책임과 피해를 다수의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정치가 끼어들어 정치적 판단만을 앞세운다면 우리의 오랜 숙원인 금융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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