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8~9월에 위용 드러낸다… 한파 속 비지땀
숭례문(국보 1호) 화재 4주년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복원공사 현장에는 칼날 같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공 장인들이 문루 2층 지붕조립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전통 복장을 하고 전통 도구로 작업하는 목수들은 오는 4월까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강추위에 바람까지 불었으나 가설 덧집(가림막)이 그나마 방패 역할을 했다.
문루 1층 공사는 지난해 말 이미 끝났다. 4년 전 화마로 문루 1층은 10%만 훼손됐지만 2층은 90% 이상 불에 타 없어졌다. 문루에 들어간 목재는 전부 13만재로, 이 가운데 4만7600재가 훼손됐다. 이날 문루 2층 지붕조립 공사에는 3년가량 자연건조 상태로 건조시킨 후 수급된 목재와 함께 화재 당시 검게 그을린 기존 목재도 일부 포함돼 있어 참사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가설 덧집 바깥에서 성곽을 쌓는 석공들은 매서운 바람에 손이 얼어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날 공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53m 동쪽 성곽은 이미 쌓았고, 끝부분 마무리와 여장(女墻·성벽 위에 낮게 쌓은 담) 작업만 남았다. 대한상공회의소 방향 서쪽 성곽도 길이 16m까지 돌을 쌓은 상태이다.
현재 숭례문 복구 공정률은 75%. 다음 달 초 종도리(서까래를 받쳐주는 나무)를 올리는 상량식을 가질 예정이다. 상량식은 건축에 가장 큰 고비를 넘겼고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4월 말쯤 문루 목공사가 마무리되면 기와를 이는 공사가 한 달간 시작된다. 기와는 화재로 90% 이상 파손돼 총 2만2586장이 필요하다.
기와를 올리는 작업과 함께 나무에 색을 입히는 단청 작업도 5월부터 시작된다. 홍창원 단청 장인은 “숭례문이 조선 태조 때 지어진 건물인 만큼 단청을 조선 초기 양식으로 할 계획”이라며 “초기 단청은 후기의 붉은 계열 대신 녹색과 청색 위주이고 문양도 차분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단청 작업과 동시에 첨단 감지시스템과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방재시스템도 설치된다.
6월쯤 숭례문 좌우 성곽은 잔디 조성까지 마무리된다. 8∼9월에는 덧집을 철거해 일반인들이 숭례문의 위용을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숭례문 주변 지반은 화재 이전에 비해 30㎝ 낮게 조성된다. 발굴 조사 과정에서 17세기 기와 분청사기 백자 청동기 등 601점의 유물이 출토돼 조선 중·후기 시점 기준으로 지반을 현재 지표면보다 30㎝ 정도 낮추는 것이다.
다만 현재 지표면보다 1.6m 아래에서 드러난 조선 전기의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층은 일부를 노출해 유리판으로 전시된다. 주변과 배수로를 정비한 다음 숭례문은 현판을 달고 12월 13일 완공될 예정이다. 현판은 화재 와중에 구해내 이미 복원을 끝낸 상태다. 올 연말에는 그토록 기다렸던 국보 1호 숭례문을 다시 만날 수 있다.
1월 말 현재까지 숭례문 복구사업에 투입된 인원은 2만5594명이고, 총 공사비는 244억8700만원이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4주년이 되는 10일 복원공사 현장에서 전통 기와 굽기와 단청 작업 시연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날 창경궁 통명전(보물 818호)에서 관계기관 합동 시범 소방훈련 등을 통해 문화재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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