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자·유가족들의 ‘마음쉼터’ 운영 정진 권사 “자살 방지의 첫 계명은 귀기울여 들어주는 일”
8일 서울 연희동 한 주택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주택이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젊은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살을 선택해선 안 됩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생명인 거 아시죠? 여러분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분들입니다.”
주부 정진(55·서울 서대문교회) 권사는 2010년 4월부터 이 주택 2층에 ‘마음쉼터 위드하우스(with house)’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마음이 쉬는 곳, 함께 하는 집’이다.
자살 하려는 사람과 유가족, 우울증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함께 기거하거나, 전화나 방문 상담을 하기도 한다.
쉼터지기 정 권사는 신학과 상담을 공부했다. 2년 전 하나님께서 기도 가운데 새 사역을 지시하셨는데, 그것은 자살 시도자와 자살자 유가족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주위에서 알고 지내던 한 청년이 자살을 했습니다. 가까이서 그 가족을 도우면서 그들이 겪는 아픔이 얼마나 큰 지, 말로 할 수 없더군요. 또 연예인과 왕따를 당한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자살자를 비난하는 사회 이목을 지켜본 것도 쉼터를 마련한 이유입니다.”
정 권사는 최근 자살은 큰 뉴스거리이지만, 정부에서도 근본적인 처방과 치유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때에 사랑과 섬김으로, 무엇보다 말씀과 기도로 함께 하며 그들의 상실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역이 필요한데 바로 이것이 한국교회가 할 일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은 걸리지만 온전히 회복되어 가족과 사회로 복귀하는 열매를 보고 있다고 흐뭇해 했다. 현재 12명의 자살 시도자, 18명의 유가족을 돌보고 있는 정 권사는 쉼터를 거쳐 간 30여 명 중 이후 자살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보람을 느낀다.
“이 일을 해 오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의 말에 정성스레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자살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다 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자신을 가치있게 여기도록 할 일을 맡겨주면 죽고 싶었던 마음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물론 몇몇 사람은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지요.”
정 권사는 “자살하려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고 고통 받는 사람들은 반드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야한다”고 조언했다. 가슴 속의 슬픔과 분노를 해소할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긴급 문자가 도착하자마자, 가족과 친지에게 모두 문자를 계속 보내라고 해 자살 시도를 그만두게 한 적도 있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교회의 일반적 해석에 대해 이는 “하나님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음쉼터 위드하우스’는 현재 관심 있는 몇 사람과 교회가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기에는 재정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숙식 등 모두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정 권사는 인터뷰를 하는 시간에도 자살을 하려는 한 학생에게 긴급 문자를 받았다. “이제 죽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정 권사는 “먼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니냐”며 신속하게 답장하며 후속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이 사역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상담 문의 02-6080-2450·cjin0109@paran.com).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