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 모리미술관서 회고전 여는 설치작가 이불 “예술?… 작업의 결과 흔적처럼 나온 것”
“그동안 작업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 문제를 줄곧 다뤄왔습니다. 좌절과 슬픔을 지켜보지만 않고 어떤 형식으로든 언급함으로써 출구를 찾는 것이 제 작업의 메시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가 쓰나미로 고통 받은 일본에 시기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여성 설치작가 이불(48·사진)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4일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도쿄 롯폰기힐스의 모리타워 53층에 자리 잡은 이 미술관에서 한국 작가의 초대전은 처음이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의 아이웨이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1997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썩어가는 생선을 설치했으나 악취 때문에 전시 도중 철거되는 소동을 빚은 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으로 명성을 얻은 이불은 백남준 이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이불展:나로부터, 오직 그대에게(LEE BUL:FROM ME, BELONGS TO YOU ONLY)’라는 제목으로 오는 5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조각, 설치, 드로잉 등 작가의 20년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45점을 출품했다.
전시 개막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그는 “3년 정도 준비했는데 사실 회고전이란 타이틀은 부끄럽다.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을 다 모으고 보니 지금까지 작업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어 그렇게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제목에 대해 그는 “몇 년 전 연인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있던 문구”라며 “당시 ‘나의 거대한 서사’라는 주제로 작업하면서 한계를 느끼며 무척 우울했는데, 편지가 따뜻함과 위안, 사랑의 감정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느낌이 관람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5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장에는 붉은 덩어리 형상의 초기작과 1인용 노래방 형식의 ‘가라오케 캡슐’, 이상적이고 완벽한 신체를 탐구한 ‘사이보그’, 작가의 작업공간을 재현한 ‘스튜디오’ 등이 설치됐다.
전시의 대미는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문 앞에 설치된 개 형상의 ‘더 시크릿 셰어러(The Secret Sharer)’가 장식한다. 16년간 키우던 개가 죽음을 앞두고 먹은 것을 토해내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작업한 모든 것을 관객 앞에 쏟아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30∼40대를 함께 보낸 개에 대한 애틋함과 내 젊은 날의 마지막 시기에 대한 감정이 겹치면서 이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작품 앞 창밖의 고층빌딩 풍경과 오버랩되면서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아시아와 북미, 유럽의 미술관에서 순회 회고전을 가질 예정인 그에게 예술은 무엇일까. “대답한 순간부터 내 발등을 찍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술이 나에게 목표는 아니다. 예술을 추구한 적은 없다. 다만 작업의 결과로 흔적처럼 나온 것이 예술이 아닐까.”
도쿄=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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