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자연이 멘토다”
공예와 장식미술 분야에서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지난달 23일 과학자들을 흥분시킨 이색 패션쇼가 열렸다. 무당거미가 분비하는 거미실크(silk)로 만든 옷을 선보인 것이다. 거미실크는 강철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섬유처럼 열을 가하거나 독소를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그래서 최고의 섬유로 통한다. 과학자들이 거미실크 유전자를 해독해 낸 결과다. 이렇듯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이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생체모방)’다.
38억년을 지구에서 살아왔으니 자연의 설계도는 완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노하우 역시 대단할 것이다.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면서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만 소비하고,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다양성에 의지하며 생명을 유지해온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인간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바이오미미크리 학자들 주장이다.
실제로 식물처럼 효율적인 태양전지를 제조하는 연구와 세라믹보다 단단한 조개껍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세라믹을 만들 수 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사막에 사는 나미비안 딱정벌레가 공기 중에 떠도는 수분을 얻는 것을 보고 사막화 지역에 온실을 짓는 등 생체모방 사례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미미크리란 용어를 처음 선보인 미국의 과학저술가 재닌 베니어스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은 우리가 찾고 있는 해답을 이미 다 갖고 있다. 자연을 스승 또는 모델로 삼으면 최상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지는 등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자연에서 배우려면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 동식물들에게서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쉬운 것처럼 보이나, 자연을 지배나 개조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관행과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일이다. 그래서 ‘바이오미미크리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학에서 생체모방 연구와 실험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자연이 멘토’라는 바이오미미크리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