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임미정] 열개의 손가락

Է:2012-02-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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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임미정] 열개의 손가락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선사시대였다.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사는 한 부족의 이야기였는데, 유럽의 북쪽인 듯 아주 추운 지역이었다. 서른 남짓의 이 집단에선 나름의 권력체계가 작동하고 수장도 있었다. 어느 날 다른 종족의 여자 아이가 한 명 살아남아 무리들과 같이 지내게 되었다. 부족의 어떤 사람이 불쌍해서 살렸던 것 같다. 일상의 모습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셈을 하는 장면이었다. 이 사람들은 10개까지만 셀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손가락이 10개였으니까.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다. 외부에서 온 이 여자 아이가 10개 이상을 셀 수 있었던 것이다. 10개를 한 번 하고 다시 한 번 10개를 하여 10개 이상의 숫자 개념을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족 사람들과 자랐으니까 누구에게 배우진 않았겠지만, 혼자 추론을 통해 수의 개념을 확장했다. 집단이 술렁거렸다. 어른들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어떻게 이해할지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어떤 사람은 아이의 지능이 놀랍고 신기해서 배우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두려운 지능을 보여주는 아이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학이라 인터넷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세상은 내 주변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인터넷상의 글을 읽고 공감하기 위해선 단어 검색을 해야 한다. 또 인터넷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단어의 배경을 일일이 설명해주어야 할 때가 많다.

인터넷 세상으로 들여다본 지금의 10대 20대들은 DNA가 새로운 인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단어에 만족하지 않고, 신조어를 끊임없이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감대 라인은 국내만이 아닌 일본, 중국 네티즌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대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이다. 이들에게서 부러운 점은 거침없고 다양한 자기시각의 표현력이다. 획일화된 검은 교복에 귀밑 1센티 머리로 키워진 지금의 사오십 대가 어렸을 때 가지지 못한 황금 같은 자산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건강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의 내면에 다가가 길을 인도해 주고, 지성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살려주고 깨워줄 필요가 있다. 스스로 당당하게 생각해 보는 능력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라야 키워진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이제 그들을 나무라기보다 선사시대 인간의 열개 손가락을 넘어서는 도전, 이 세상 근본원리를 헤아릴 수 있는 자신감을 끌어내자.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을 다양하고 뛰어난 지성의 현현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선사시대부터 세상사 근본원리는 항상 같았겠으나, 인간이 그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은 달라져 왔을 테니까.

임미정(한세대 교수·하나를위한음악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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