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성장환] 여성 정치지도자에게 거는 기대

[시론-성장환] 여성 정치지도자에게 거는 기대 기사의 사진

선거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20년 만에 함께 실시되는 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활약이 크게 돋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된 시점이 2006년이었다. 척박한 남성 중심 정치권에서 여성이 군수나 시장이 되기도 어려운데 총리가 되었다는 사실은 큰 사건이었다. 여성 총리의 활동이 과거 우리 정치권에서 일했던 여성 정치인들처럼 남성 정치인들의 보조역할에 머물렀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여성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정치풍토를 개선하는데 한계를 느꼈으리라 여겨진다.

합리적·실천적 리더십 발휘하고

그런데 최근에 와서 남성 정치인 못지않게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여성 정치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6대 5.9%에서 18대 13.7%로 늘어나면서 의정활동이 이전보다 활발해지고,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나 간사 등 의사결정직을 맡은 여성의원 수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예전에 여성 의원들은 주로 복지,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재정경제, 국방, 국토해양 분야로 법안 발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 정당은 여성 정치지도자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지난 연말에 출범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박근혜 위원장, 그리고 며칠 전에 당선된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가 여야 여성대표시대를 연 주역들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최초로 여성정치인들이 주요 정당의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이들이 여성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잘 관리해 왔고 자질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했기 때문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 전반에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음을 의미하며,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시험에서 여성 합격자의 약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치권에서도 여성이 얼마든지 남성과 대등하게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몇몇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여야 대표와 국회 요직을 맡고 있다고 해서 남성지배 정치구조가 남녀 동등한 정치구도로 변화되었다고 하기는 이르다. 이번 총선에서도 각 정당은 여성 정치인을 일정부분 배려하는 할당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남성 지배 정치구조 타파해야

이들 정치지도자들은 남성 정치지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부패나 패거리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기에, 각종 정치적 부패와 비민주적 정치문화를 고치는 데,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차별을 줄이고 소수를 배려하는 정책마련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기존의 일부 남성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낡은 정치문화를 답습하고 구태에 안주한다면 국민을 또다시 정치적 냉소주의와 허무주의에 빠지게 할 것이다.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리더십을 가진 정치적 역할모델이 되어, 유능한 후배 여성들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이는 남성지배 정치구조를 변화시키는 방법인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성장환 대구교대 교수 정치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