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웰컴 투 동막골’의 교훈

Է:2012-01-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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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거의 단절된 강원도 오지마을. 주민 수십명이 한 식구처럼 오손도손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6·25때 이곳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맞닥뜨린다. 처음엔 서로 총부리를 겨눴으나 생전 처음 보는 총과 철모가 신기하기만 한 순진무구한 주민들과 어우러져 생활하면서 적개심은 녹아버린다. 인민군은 궁금해진다. 마을이 이처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는 뭘까. 인민군 대장이 마을 촌장에게 묻는다. “고함 한 번 지르디 않구 부락민을 휘어잡을 수 있는 비결이 머이여?” 촌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머를 마이 멕에이지 머.” 2005년 개봉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일부분이다.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화기애애하게 살아가는 비결이요, 무릇 지도자라 함은 무엇보다 주민들을 굶기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은 정치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국민을 배고프게 하면 지도자가 바뀌기 십상이다. 북한의 김정은을 비롯해 지금 지구촌에서 이를 깊이 새겨들어야 할 지도자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국군과 인민군은 이념 대립을 상징한다. 동족상잔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6·25 역시 이념대결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좌익과 우익의 구분이 전혀 필요 없는 동막골과 대비된다. 여기에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인간을 위해 이념이 있는 것이지, 이념을 위해 인간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좌·우익 싸움이 치열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 10년 이상 흐른 현재까지 이념대결은 그칠 줄 모른다.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운명 탓인지 여전히 좌파와 우파로,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으르렁대고 있다.

정치권이 한몫하고 있다. 보수·우파나 진보·좌파를 각각 대변한다면서 정권 장악을 위해 교묘하게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 그러나 집권한 쪽이 좌파건 우파건 간에 서민들 생활이 크게 나아졌는가.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니다’가 정답이다. 서민들은 오히려 좌우 알력의 피해자다. 부모와 자식이, 형과 아우가 원수지간이 된 경우마저 있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여야 후보들과 정당들이 금배지를 달거나 정권을 잡으려 이념 대립을 조장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유권자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 피해를 당한다. 개인이나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이념은 필요 없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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