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곽금주] 공격성향 키우는 교육환경이 문제다
인간은 안타깝게도 공격 본능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는 공격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격 본능은 강력하기 때문에 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런 공격 본능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그런 교육이나 양육이 없다면, 그리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법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인간의 공격 본성은 걸러지지 않고 마구 표출될 것이다. 그것도 비틀린 방향으로 나타날 위험이 높다.
어른들보다 억제력이 약하고, 또래 집단에 동조하려는 경향성이 높은 아이들의 공격성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이, 우리나라의 학교상황은 청소년들의 공격 성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승화시키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예방교육을 정규수업에 포함
아이들은 하루 종일 같은 교실 안에서 같은 학생들과 수업을 들어야 한다. 외국처럼 수업시간에 따라 다른 교실로 이동한다든지, 과목 수준에 따라 같이 듣는 학생들이 달라지는 수준별 수업이 아니다. 야외 학습이 많은 것도, 충분한 체육활동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 경쟁으로 인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는 학생들로 하여금 뭔가 신나는 놀이를 만들고 싶게 한다.
시작은 장난이다. 별 힘 없어 보이는 친구를 놀리는 것이 점차 재미있어진다. 집단이 커지면서 서로 간의 의존력도 증가한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고 피해를 입는 저 친구에게 문제가 있다는 합리화 경향이 더욱 커진다. 죄의식이 없어진다. 학교 가는 게 재미있어진다. 뭔가 권력을 손에 쥔 것 같은 쾌감을 즐긴다. 더욱 가해 방법의 수위를 높여간다. 어떻게 하면 저 친구가 겁먹을까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괴롭힘 방법을 만들어간다. 영화 식으로, 게임 식으로, 점차 폭력성은 높아만 간다. 집단화되어 버린 아이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한 아이를 괴롭히고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 비참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들을 막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니 유치원부터 폭력을 억제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단지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말뿐인 교육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소양교육을 해야 한다. 남을 배려하고 내가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 나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은 것임을 이해하기, 타인에게 해를 주는 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기 등 집단생활을 위한 교육이 정규 학과 수업에 포함되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면 허겁지겁 근시안적인 졸속 대책이 마련되곤 하다가도 충격이 완화되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지속되지 않는 상태에서 학교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보다 강력한 정부의 의지가 요구된다. 정치나 경제 분야에 못지않게 우리 미래가 달려있는 아이들의 건강한 심리 발달도 중요하다. 아니 더 중요한 문제이다. 장기적인 대책을 만들어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어도 계획대로 밀어 붙일 수 있는 노력만이 학교 안의 폭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과감한 장기 정책 내놓아야
이미 1970년대 말부터 학교폭력을 막아야겠다고 여러 노력을 했던 서구 국가들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랜 노력에도 학교폭력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으나 그러한 노력조차 없었다면 현재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10년 후, 20년 후의 폭력을 줄일 수 있다. 오늘의 학교폭력은 의지와 노력 부족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행복한 미래, 우리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 바로 오늘,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느리더라도 미래의 폭력을 막아주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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