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태일 (11) 어느 심장병 젊은이의 슬픈 죽음에 새 소명이…

Է:2012-01-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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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권태일 (11) 어느 심장병 젊은이의 슬픈 죽음에 새 소명이…

심장병 수술을 하게 도와달라며 찾아온 젊은이를 대하고서 참으로 난처했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오죽 급했으면 나한테까지 왔을까 싶으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세일즈를 하면서 번 돈으로 30여명의 ‘즐거운 집’ 가족과 함께 판잣집에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계세요. 좋은 방법을 찾아서 연락할게요.”

한광훈이라는 젊은이를 돌려보내고 나자 가슴에 무엇이 걸린 듯 불편했다. 내 책임을 회피했다는 자책감과 죄책감 같은 걸 떨칠 수 없었다. 그때의 그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젊은이가 왔다 간지 사흘 만에 그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죽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충격이었다. ‘병원에 입원이라도 시킬 걸,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살릴 수 있는 한 젊은이를 내가 죽인 건 아닐까….’ 후회스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음을 겨우 추슬러 인천 도화동 그 젊은이의 집으로 달려갔다. 놀랍고 기가 막혔다. 전쟁에 폭격맞은 듯한 집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판잣집보다도 못했다. 그 곳에서 그 젊은이는 쪼그린 상태로 죽어 있었다.

부랴부랴 장례용품 파는 곳으로 달려가 관 하나를 사와 젊은이의 시신을 수습했다. 나를 따라온 서광원 형제는 눈물을 훔치며 쫓아나갔다. 그는 동사무소로 달려가 이렇게 비참한 상황인데도 어떻게 돌보지 않았느냐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미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부평 화장터에서 화장을 한 뒤 뼛가루를 뒷산에 뿌렸다. “긍휼의 주님이시여, 한광훈 형제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그가 천국에서는 주님 품 안에서 안식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소서…”

화장터를 벗어나오는 내 심정은 참으로 착잡했다. 비포장도로에 일어나는 뽀얀 먼지 사이로 그 젊은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또 다시 온 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며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육교 위에서 구걸하는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가슴에 담았던 사명을 다시 한번 다졌다.

그때부터 나는 한 마디로 나눔에 미쳤다. 그 젊은이처럼 고통당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게 해야 한다는 결의로 스스로를 단단히 무장시켰다. 그 젊은이가 겪었을 고통이 나에게 전이돼 온 몸을 뒤흔들었다. ‘기필코 이런 사람들의 고통을 내 힘으로 덜어주리라.’

그러면서 묘한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죄책감이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누구에게라도 소리 높여 강조할 수 있게 됐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주님의 뜻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무한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각오가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 나의 수고로 한 명이라도 고통당하는 이가 줄어든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주님께서는 그런 나를 장한 종이라고 칭찬해주지 않겠는가.’ 빈곤과 질병, 장애와 외로움 등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은 나의 가족이었다.

세일즈를 하면서 후원자 모집에 발 벗고 나섰다. 버스나 기차에서 물건을 팔듯이 고통당하는 이들을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오직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일념만 있었다. 한 젊은이의 죽음을 계기로 가슴속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2만명 가량을 후원자로 가입시켰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 기적이었다. 내가 한 일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내 생각을 고정시키고 이끌어가시는 것이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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