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노석철] 정치인 테마株와 후진정치

Է:2012-01-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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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노석철] 정치인 테마株와 후진정치

평소 대형주(株)만 사고팔던 후배가 최근엔 문재인 테마주를 하나 샀다고 했다. 누구에게선가 그 회사 사장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가깝다는 얘기를 듣고 앞뒤 안 따지고 샀단다. 벌써 수익률이 40% 가까이 된다며 들뜬 표정이다.

그런 말을 듣고 그의 친동생까지 주식매수에 가담했다. 이 친구는 엊그제 문 이사장이 TV 예능토크쇼에 출연해 인생스토리를 얘기하는 걸 보고는 “최소한 총선 전까지는 그 주식을 보유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문재인 테마주를 보니 대부분 잡주(雜株)여서 전혀 신뢰는 안가지만 주가는 계속 갈 것 같다”는 얘기와 함께.

다른 후배는 요즘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자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기사만 나오면 카카오톡으로 그게 맞는 팩트냐고 물어온다고 했다. 그 역시 안 원장이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자 ‘안철수 테마주’를 산 사람이다. ‘정치인 테마주’가 왜 증시를 뒤흔드는지 짐작이 된다. ‘박근혜 테마주’가 한 때 기승을 부리더니 요즘 안철수·문재인 테마주가 뜨는 모양이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작전세력을 잡겠다고 했지만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어차피 주식시장을 돈 놓고 돈 먹는 판으로 여기는 작전세력이나 그런 틈바구니에서 한 푼 벌어보려는 개미들은 늘 넘쳐난다. 주식을 해본 사람이라면 테마주는 군침이 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테마주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작전세력은 그 중에서 좋은 먹잇감을 노린다. 구제역·조류독감 테마주에서부터 태양광, 보물선, 자원개발, 신약개발 테마주 등 철 따라 테마주는 떴다가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1년을 보유해도 수익이 날까 말까한데 며칠 상한가를 치는 남의 주식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러나 엉터리 테마주를 잘못 샀다가 쪽박을 찬 사례는 주변에 수두룩하다. 치고 빠지는 작전세력을 이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어느 정도 하면 스스로 전문가인 듯 착각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출렁이는 ‘정치인 테마주’는 도대체 어떤 심리 때문일까. 정말 그 정치인이 대권을 거머쥐면 사돈의 팔촌까지 조금이라도 끈이 닿는 회사들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걸까. 최고 권력이 회사 하나쯤 살리고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보는 건가.

슬프지만 우리 정치 현실을 보면 그런 황당한 생각도 이해가 된다. 사실상 ‘승자독식’인 대선 게임에서 이기면 거의 모든 권력을 쥐는 게 우리 정치시스템이다. 선거에서 이긴 쪽은 각 부처 장·차관뿐 아니라 공공기관장, 감사까지 수많은 감투를 챙긴다. 거기까지는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대형 금융지주회사 수장 자리나 민간기업 임원 상당수도 대통령이나 측근들과 직간접적으로 끈이 닿는 인사들이 꿰찼다. 최고 권력자 입장에서는 은행장, 공공기관장, 감사, 대기업 임원 자리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넘보기 힘든 권력이다. 평생 열심히 죽도록 노력해도 가기 힘든 자리인데 그들은 쉽게 얻는다.

이들 가운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액 연봉을 모아 선거 출마준비를 하거나, 검은 돈을 받다가 낙마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현 정부들어 대통령 측근과 친구, 사촌처남까지 권력에 취해 돌아다니다 교도소 담장 안쪽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측근이나 친인척, 친구의 친구라도 중소기업 하나쯤 쉽게 주무를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 테마주는 이런 후진 정치의 악습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노석철 산업부 차장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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