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소원수리

Է:2012-01-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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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춘복씨는 1977년 소설 ‘소원수리’를 발표했다. 소설에서 선임하사들은 훈련병들에게 부당하고 불합리한 점을 적어내라고 지시한다. 바로 그것이 소원수리(訴願受理)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훈련병들은 온갖 부조리를 적어서 제출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매타작, 원산폭격, 토끼뜀이었다. 빨갱이보다 더 지독한 놈들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선임하사의 훈시가 이어진다. 가장 좋은 말은 ‘이상무’라고. 상급부대에서 진짜 소원수리를 받으러 온 날 훈련병들은 사실을 왜곡한 소원수리를 낸다. 훈련병들이 서로를 감시하며 한결같이 이상무라고 적은 것이다.

당시 군 생활을 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소원수리는 시험문제도 아닌데 정답이 정해져 있다. 이상무라고 쓰지 않으면 심신이 괴로워진다.” 예나 지금이나 소원수리에 대한 장병들의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장병 74%는 ‘인권침해를 당하면 군 제도보다는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에 진정하겠다’고 답했다.

소원수리 제도는 경찰에도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전경들이 집단 이탈한 ‘강원 307전경대 사건’ 이후 경찰청이 강도 높은 소원수리를 실시하고 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원수리를 받아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사례집까지 만들었다. 소원수리의 긍정적 측면이다.

학교 친구들로부터 140차례 이상 폭행과 성추행 등을 당한 중 1학년생이 작성한 ‘폭행과 괴롭힘을 당한 일람표’에도 소원수리가 등장한다. 이 학생은 일람표에 “(지난해) 10월 선생님이 소원수리를 하라고 해서 괴롭힌 사람을 적었다. 근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썼다. 어린 학생이 충격적인 내용을 일람표로 정리하고 소원수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한없이 놀랍고 가엽기만 하다. 충남교육청은 올해부터 관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1년에 4차례 학교 내 폭력, 따돌림, 성폭행 등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일종의 소원수리인 셈이다.

최근 육군 7사단 윤모 병장 등 2명이 포상휴가 등을 심하게 통제해 사기가 떨어진 것을 사단장이 모른다는 내용의 트위터 글을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보냈다. 김 장관은 신종 소원수리에 대해 “용기 있는 제언”이라고 답장했다. 그후 윤 병장의 트위터에는 기존 글이 삭제되고 “죄송하다”는 글이 올랐다고 한다. 소원수리를 잘못하면 피해만 키운다는 과거 관행이 지금도 통해서는 곤란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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