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환의 삶과 신앙] 하나님의 자녀들

Է:2012-01-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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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의 삶과 신앙] 하나님의 자녀들

엘리자베스 여왕, 박찬호, 박세리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세 명이 다 공주 출신이라는 점. 엘리자베스 여왕은 공주(公主) 출신이고 박찬호와 박세리는 충남 공주(公州)가 고향이라서. 둘째는 모두가 공을 가지고 논다는 점에서. 박찬호는 야구공, 박세리는 골프공,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인 필립공.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우스갯소리의 주인공들이 된 박찬호·박세리라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대견스럽다. 사실 박찬호 박세리를 키워낸 부모들이 더 자랑스럽다. 자식들을 성공시켜서가 아니라 그들의 교육방법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찍부터 자녀들의 재능을 파악해서 그들이 자신만의 춤을 추며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오로지 공부 하나로만 줄을 세우고 그 외줄타기에 인생을 거는 한국의 교육풍토와 문화 속에서도 자식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그들을 믿고, 그들이 잘할 수 있고 즐기는 일 속에서 성취감을 가지도록 격려하여 마침내 프로 스포츠계의 별들이 되도록 자녀교육을 훌륭하게 해낸 참된 부모역할의 선구자들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인생을 보는 데 두 가지의 눈이 있다고 말한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인생을 전쟁터로 보는 눈이다. 빅토르 위고의 말에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요,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요, 모든 날의 문제는 죽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전쟁터로 보는 삶은 애정, 자녀교육, 사업, 종교 등에 있어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제 속에 주변사람들을 끊임없이 볶아대며 스스로도 쫓기는 삶을 산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과 자녀교육의 틀 속에 이러한 인생관이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매일매일 접하는 TV드라마와 뉴스는 전쟁터의 일일 보고와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둘째는 인생을 배움터, 즉 학교로 보는 눈이다. 민족시인 윤동주는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배움의 길”이라고 노래했다. 무엇을 더 소유하고 누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 한번뿐인 우리의 생을 허락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혼’이 무엇을 배우기 위해 이 땅에 이 육신을 입고 이 자리에 와 있다는 인생관이다.

최근 대구의 한 중학생이 주변 동료들의 왕따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저버려 우리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이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한다.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가 다 패자로 상처를 입게 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된 사람으로서,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한 울타리의 사명을 맡은 성인으로서, 죄스럽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자녀들에 대한 무관심과 공교육의 붕괴를 탓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청소년 교육의 문제에 남의 탓만 하고 있을 만큼 떳떳하다 말할 수 있을까?

경쟁에 눈이 먼 사회, 성공한 소수만이 영광을 누리는 사다리타기형의 교육제도 속에서는 앞으로도 그러한 비극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소수의 성공모델만이 지배하는 교육 현실과 그것을 당연시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는 언제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버려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상실이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무력하게 주저앉아 남의 탓만 되풀이하고 있다면 우리는 희생자들의 눈물 속에서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라는 뻔뻔한 답변을 되풀이하는 카인의 후예들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위탁하신 하나님의 자녀들. 우리사회는 그들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자기 자신이 되어갈 수 있도록 키워내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 인생을 살벌한 전쟁터로 여기며 눈에 불을 켜고 사는 것보다, 모든 것을 하늘이 주시는 선물이며 교재로 여기며 살아가는 삶의 넉넉함이 2012년을 사는 우리 신앙인의 인생관이었으면 한다.

(연세대 신과대학장 겸 연합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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