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베이비부머 홀대하면 대재앙 온다
지난 연말 송년회에 고교 동창생 10명이 나왔다. 모두 1960년생이었다. 이 중 벌써 5명이 직장을 은퇴했다. 2명은 자격증을 따놓았고, 1명은 창업을 했다. 나머지 2명은 저축한 돈을 까먹고 있는데 살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대학교수나 공무원을 제외하고 민간기업에 다니는 동창들도 정년이 3∼4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궤도에 진입했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부부 장래와 건강, 자녀 교육·결혼 문제 등으로 압축된다. 현재 우리나라 은퇴자 가구는 272만가구로 추산된다. 7가구 중 1가구 꼴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데 ‘젊은 나이’에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수없이 보게 될 시대에 봉착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노후 설계는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연금으로 생활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연금만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도 하기 힘들다. 베이비부머 가운데 연금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33.8%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재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가입자의 평균 연금 수령액은 월 45만8000원밖에 안 된다. 통계청이 조사한 은퇴 후 적정 생활비(239만원)는 물론 최소 생활비(158만원)에도 크게 미달한다. 쥐꼬리만한 연금이지만 은퇴하자마자 받는 것도 아니다. 연령대별로 만 61세에서 만 65세까지 수급 연령이 달라진다.
기업 정년 연장 법제화하고
베이비부머 758만명 가운데 남성은 384만명이다. 이들이 슬하에 자녀 2명을 두었다고 치면 전체 가족 수는 1536만명가량 된다. 이는 2010년 인구총조사결과 집계된 4858만명의 31.6%에 달한다. 이들이 은퇴하고 수입이 줄어든다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를 줄인다기보다는 쓸 돈이 없어서 지출을 못한다는 표현이 적확할 것이다. 여기에다 급증하고 있는 노인들까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내수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출기업이야 타격을 덜 받겠지만 내수기업은 직격탄을 피할 도리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베이비부머들의 조기 은퇴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관전만 해서는 안 된다.
1차적인 해법은 정년 연장이다. 최근 홈플러스가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등 몇몇 기업이 정년을 늘린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한 기업(300인 이상)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역모기지론 신청 연령 낮춰야
정부와 재계는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기로 한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노·사·정은 민간기업의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재계 반대로 무산됐다. 재계는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지 말고 소리 없이 다가올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 노·사·정 합의가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고, 그래도 안 되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재앙을 막는 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017년쯤에나 가야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역모기지론 신청 연령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역모기지론은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받는 장기주택저당대출이다. 주택소유자(본인)와 배우자의 나이가 보증신청일 현재 만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201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부부의 평균 연령차는 2.2세이다.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할 당시에는 대체적으로 연령차가 더 컸다. 국민연금도 본인이 원하면 55세부터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역모기지론 신청 연령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바란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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