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 뿐 불필요한 상상 마세요”… 소설가 김미진 신작 ‘랭보의 바람구두를 신다’
소설가 김미진(50)의 신작 장편 ‘랭보의 바람구두를 신다’(문학에디션 뿔)는 한 통의 편지에서 출발한다. “얼마 전 선생님의 ‘바퀴살’이라는 책에서 ‘랭보의 바람구두를 신다’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작가로 나오는 제이가 강은표씨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습니다.”(9쪽)
네팔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한국인이 보낸 편지는 강은표가 히말라야 산골에 들어가 요양을 하고 있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하고 있었다. “강은표씨를 이대로 놔둔다는 건 자살을 동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라는 대목에서 편지지는 저절로 미끄러지고 만다.
소설 속 화자이자 그 편지를 받은 ‘주은’의 직업은 작가 김미진을 연상시키는 소설가다. 주은은 주저 없이 네팔로 향하면서 시리도록 반짝였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소설은 국내 굴지의 월드그룹 회장 막내딸 서림, 서림의 수행 비서로 일했던 ‘나’(주은), 그리고 은표와 루빈 남매 등 청춘 남녀 네 명의 사랑과 이별과 성숙을 그려나간다.
시간을 거슬러 1997년 여름. 대학생이던 주은은 프랑스 아를에서 사진작가 은표를 만난다. 은표는 미술이론을 전공하던 주은에게 자신의 아파트 4층에 살고 있는 남자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들려준다. “그 남자는 공작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갇혀 있었고 자기 북극성을 볼 수 없었어. 그래서 어디에 있는지 위치조차 파악할 수 없었고, 고향으로 가는 길의 방향도 찾을 수 없었던 거야. 다음 발을 어디로 내딛어야 할지도 모른 채,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엉거주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그것은 죽음의 부동자세라고 할 수 있지.”(79∼80쪽)
뜻밖의 기회에 서림의 수행 비서로 일하게 된 주은은 서림을 따라 미국으로 떠난다. 비서와 운전기사를 곧잘 따돌리고 골탕 먹이는 서림과 그걸 내색 않고 받아주는 주은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 즈음 주은은 뉴욕으로 건너온 은표와 재회한다. 그때 서림은 이름과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을 주은의 룸메이트이자 ‘세리’로 소개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은표의 근사한 남동생 ‘루빈’이 이들과 합류한다. 주은과 서림은 동시에 루빈에게 끌린다.
소설은 이들 네 남녀가 함께 청춘을 보낸 뉴욕 시절의 비극에서 갈무리된다. 세리(서림)는 어느 날 약물 중독으로 뉴욕 첼시의 한 호화 콘도에서 숨을 거두고, 세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루빈도 빗길을 달리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 대목은 수년 전 뉴욕에서 일어난 한국 재벌가의 막내딸 사망 사건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이에 대해 “그 사건이 일어난 2005년 당시 나는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사건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소설은 그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예술학을 전공한 그는 “내가 소설 속 인물 ‘주은’을 닮아있기는 해도 모든 건 소설에 필요한 허구일 뿐”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경계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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