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전쟁 나면 싸우겠다”
역사상 서양과 동양 간 첫 충돌을 꼽으라면 아마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기원전 492∼45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 영화 ‘300’으로 널리 알려진 테르모필레 전투 등이 치러진 이 전쟁에서 소규모 도시국가 연합 그리스는 당시 세계 최대의 제국 페르시아의 대군에 맞서 승리했다. 도대체 어떻게?
고대 그리스사를 전공한 미국의 군사사가(史家) 빅터 핸슨은 두 문명권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답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 병사들은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 전쟁에 나섰다. 시민적 자유에 기반해 가족과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전투에 임하는 기본 배경이었다.
반면 페르시아 병사들은 전체주의적 절대 권력에 의해 전쟁터에 끌려나온 경우가 대다수였다. 결과적으로 자발성과 창의성, 책임의식 면에서 페르시아군은 그리스군을 당할 수가 없었다는 것.
핸슨은 여기서 더 나간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서양문명의 고유한 속성으로 인해 서양이 군사적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즉 서양문명에는 정치적·시민적 자유와 개인주의, 민주주의, 과학적 탐구의식, 합리주의, 그리고 공개적인 토론문화 같은 기본적 가치가 있으며 이것들이 전쟁에서 적에 치명적인 조합으로 작용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다분히 문제가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몽골의 세계 정복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러나 이 같은 차별적인 서양문명 우월론만 아니라면 자발성에 기초한 군대가 그렇지 않은 군대보다 더 잘 싸운다는 그의 지적은 틀리지 않다. 스스로 싸우려는 의지가 충만한 병사들과 억지로 끌려나와 마지못해 싸우는 병사들이 맞붙는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답은 뻔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직접 싸울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 77.1%가 그렇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11월 전국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50대 이상이 88.9%로 가장 높고 15∼19세가 62.1%로 가장 낮은 등 젊을수록 수치가 낮아지는 게 좀 찜찜하지만 그만하면 괜찮은 셈이다.
다만 이상한 게 있다. 비슷한 시기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벌인 국민안보의식 조사에 따르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대에 들어가 직접 싸우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1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방식이나 질문 형식·내용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너무 차이가 난다. 희한하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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