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23) 박재순 농어촌公사장] “우리 농산물 수출 통해 한·미 FTA 파고 넘을 것”
취임한 지 이제 두 달이 지난 박재순(68)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전형적인 농민의 아들이다. 전남 보성의 한 농촌에서 태어나 40여년간 농어촌 행정을 맡아온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일상에 우리 농어촌이 어떻게 하면 개방의 파고를 넘어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계획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있어서다. 박 사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은 국내 농어촌에 도전이자 기회의 시기”라며 “새해에는 적극적 해외진출을 통해 농어촌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농어촌공사에 입성한 뒤 두 달여간 임직원 및 농어민들과의 소통에 주력해왔다. 그는 “중차대한 시기에 지방행정에 40여년간 몸담은 경륜을 바탕으로 농어업인들의 애환을 많이 들었다”며 “지난해 취임 이후 두 달 간은 행정과 농어촌 현실을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연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농어촌 발전을 위해 부서장 및 말단 사원들과 꾸준히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전남 강진군수, 전남 민방위 농정 수산국 국장·자치행정국 국장 등 농정을 통한 노하우로 인해 농어촌공사 업무 파악에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현장 여건을 반영하지 않으면 정책이 탁상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그의 현장 경영 철학도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 취임 직후 충남 당진의 석문간척지에서 ‘간척지임대제도’에 관한 민원사항이 발생하자 직접 현장에 내려가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개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부터 답을 찾으니 성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도 올해 발효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개방의 파고에 대해서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기존의 농수산물 개방사례보다 개방의 폭과 강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또 FTA 피해에 대한 농어촌 대책에 20조원 이상이 투입되지만 실질적인 체질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단순한 자금지원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생각도 확고하다. 박 사장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FTA 대책에 부산하다.
그는 우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에서 몰려오는 개방에 해외진출로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농업용 수출 단지를 지정해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등을 일본이나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27개국에 나가 있는 농어촌공사 해외지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해외농장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기반도 착실히 다져나갈 방침이다. 간척지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자본·경영이 결합된 ‘대규모 농어업 회사’를 육성해 농식품 수출의 전진기지로 삼기로 했다.
그렇다고 국내 대책에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어업을 식품 지역 경관까지 포괄하는 2, 3차 융·복합산업으로 발전’ ‘향토자원 발굴’ ‘농어촌산업육성 지원센터 설치’ 등은 그가 국내 농어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전력을 기울이기로 한 대책들이다.
농어촌공사 임직원들의 다양한 달란트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내 산업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내세웠다. 그는 “우리 공사에는 토목 건축 전기 지질 등 다양한 직군의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자체들이 최근 우리 공사에 많은 사업을 맡기고 있어 지역 내 일자리 및 소득기반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급 직원으로 들어와 1급까지 오른 뒤 농어촌공사 사장에 입성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말단 9급에서 평균 50년이 넘어야 갈 수 있다는 고지가 바로 1급 자리다. 그는 38년 만에 이 꿈을 이뤘다고 한다. 그의 이력은 농어촌공사 6000여 직원뿐만 아니라 취업걱정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도 빠져들 만하다.
박 사장은 “내가 머리가 좋지 못해 고시에 합격은 못했지만 성실하고 청렴하게 생활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현실을 탓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밝혔다.
90여개 공사 지역본부에서 약 100명의 농어촌 젊은이들을 채용하고 내년 말 예정된 전남 나주 혁신도시 이전을 계기로 농어촌 고졸자들의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농어촌 현실을 보듬어 안으면서 시작한 그의 인터뷰는 농어촌 청년들에 대한 애정으로 마감됐다.
◇박재순 사장은
△1944년 전남 보성 출생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64년 전남도청 9급 직원으로 공직 입문 △1993년 전남 강진군수 △1997년 전남도 자치행정국장 △2008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1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취임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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