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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오광수] 도시의 표정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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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고층빌딩 숲을 거닐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예술작품들이 있다.

이런 예술작품들 대부분은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만큼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하는 ‘건축물 미술작품제도’에 의해 설치된 것들이다. 이 제도에 의해 전국적으로 설치된 미술작품이 1만2000여점, 서울에만 2500여점이 넘는다.

세계미술사에서 뉴딜정책의 일환인 대규모 벽화사업을 기점으로 미술작품이 미술관 밖으로 나온 지 80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권장사항이던 ‘건축물 미술작품제도’가 1995년 의무사항으로 바뀌면서 공공장소에 미술작품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눈에 띄게 늘어난 공공미술

이렇게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대중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공공 미술(public art)’이라 부르는데 문화가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가 대두되면서 도시의 문화 환경에 있어 그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소라’라 부르는 청계천 1가에 설치된 작품 ‘스프링’은 미국의 유명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 작품이지만 34억원이라는 작품 가격, 서울시의 작가 선정 배경이나 절차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에 조성된 광화문광장은 또 어떤가. 누군가는 ‘세계에서 가장 폭 넓은 중앙분리대’라는 혹평을 했으며, 세종로의 중앙에 놓여 있던 한 아름이나 되는 은행나무가 오히려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공미술이 이렇듯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그렇듯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 판단을 어떻게 보편화할 것인가는 작품이 미술관을 박차고 나왔을 때 지닐 수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좋은 공공미술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공공미술을 의뢰한 공공기관 또는 민간 건축주,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건물 등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움을 설계하는 건축가, 공공장소를 유지·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 그것이 좋은 공공미술이 만들어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혁신도시에서 좋은 선례 기대

현재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10개의 혁신도시는 앞서 언급한 공공미술을 시도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위원회를 포함해 15개 공공기관 이전이 계획되어 있다. 예술위원회에서는 이전 공공기관이 개별 청사에 해당하는 공공미술 작품 설치를 지양하고 지자체, 시공사와 협력하여 도시 전체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공공미술을 도입하는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모델이 실제 실행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문화 예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 이전 기관들과 지자체, 시공사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완공되는 2014년,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도시계획과 연계한 공공미술의 선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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