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엠바밍

Է:2011-12-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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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수도 하노이 구도심에서 2㎞ 떨어진 바딘 광장은 호치민이 1945년 9월 2일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곳이다. 광장 한편에는 그의 묘가 있고 묘 뒤편에는 주석궁과 생가, 기념관 등이 들어서 있다.

호치민은 베트남전 종전을 6년 앞둔 1969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수년 전 작성해 둔 유언장에서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시신은 화장해 재를 도자기 상자에 나눠담은 다음 북부와 중부, 남부에 뿌려달라”고 당부했다. 호치민은 무덤에 비석과 동상도 세우지 말고 그저 소박하고 튼튼한 통풍 잘 되는 집을 세워 방문객들을 쉬어가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유지는 지켜지지 않았다. 후임 공산당 지도부는 비록 유언이라 하지만 건국의 영웅을 재로 뿌릴 수 없다며 논란 끝에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방부 처리한 뒤 3층짜리 묘를 만들어 안치했다.

‘엠바밍(embalming)’이라 불리는 시신 방부처리는 이집트나 잉카 등 여러 고대 문명에서 행해지던 장묘 방식 가운데 하나다. 십자군전쟁이나 미국 남북전쟁 때도 시신을 고향까지 옮겨 매장하기 위해 엠바밍이 행해졌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의 경우도 잠자는 모습처럼 방부처리 돼 2년 동안 일반에 공개됐다.

20세기 들어 엠바밍은 주로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 장례에 사용됐다. 구소련의 레닌(1924년)을 시작으로 스탈린(53년)과 중국 마오쩌둥(76년), 북한 김일성(94년)까지 모두 9명의 시신이 방부처리 됐다. 이들의 엠바밍은 매장 전 부패를 막기 위한 일시적 처리가 아니라 인민들에게 혁명 1세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영구적 처리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레닌은 어머니 묘 옆에 매장해 달라고 했고, 마오도 화장해서 중국 산하에 뿌려달라고 했지만 호치민처럼 유언이 지켜지지 못했다.

28일 영결식이 끝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시신도 영구 보존처리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시신처리 전문가들이 최근 평양으로 출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구 보존이 김 위원장의 뜻인지 후대의 결정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혁명 2세대로서는 이례적이다. 그의 사후는 97년 사망한 중국의 덩샤오핑과 비교된다. 덩은 그의 유언대로 화장돼 무덤 없이 홍콩 앞바다 등에 뿌려졌고 각막과 장기 일부는 이식 및 의학연구용으로 기증됐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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