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된 남편재산 임의 처분 못한다”… 대법 “北은 헌법상 우리 영토, 남한내 재산권 인정” 판결

한국전쟁 때 납북된 남편이 살아있다면 남한의 부인이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상 우리 영토인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의 남한 내 재산권을 인정하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951년 북한에 피랍된 이모씨가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음에도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졌다”며 A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말소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51년 북한으로 피랍돼 현재도 거주 중인 이씨는 77년 부인 정모씨 신고로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았으나 2004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한에 살고 있는 딸과 부인을 다시 만나면서 실종 선고가 취소됐다. 일정한 직업 없이 두 딸을 부양하며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정씨는 68년 남편 소유의 땅을 친척 A씨에게 팔았고, 이 땅은 A씨의 사망으로 자녀에게 상속된 뒤 경기도 김포시에 수용되거나 제3자에게 매각처분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2007년 1월 “아내 또는 A씨에게 토지를 매도한 사실이 없음에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으므로 등기는 원인무효”라며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이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정씨에게는 이씨의 가사대리권이 있고 피랍으로 연락이 두절돼 오랫동안 어렵게 생활하던 중 A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점, A씨에게 계약을 체결한 정당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계약은 유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09년 4월 “연락이 17년간 두절돼 있던 이씨가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을 정씨에게 줄 수 없음을 A씨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 소유권 취득을 할 수 있는 법률 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씨의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유했다”며 “소유권 이전등기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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