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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동근] 한·미 FTA는 경제 廣開土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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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2일 16시 24분, 한국경제의 운명을 가른 시각이었다.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 개의 4분 만에 통과됐다. 협상 타결 후 4년 4개월간의 지루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야권은 최루가스까지 터뜨렸다. 기습 상정이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여야 간 타협과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비준안이 강행 처리되지 않았으면 한·미 FTA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우선 내년 19대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다. 그렇다고 19대 원구성이 비준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13년에 가서야 여야가 다시 지루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4년4개월 만에 찍은 마침표

하지만 한국을 위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의 FTA로 일컬어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급속히 진전될 수도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와 일본의 한국 견제가 서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TPP가 체결되면 한·미 FTA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한·미 FTA는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내년 우리나라의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하강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이 빨리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디스는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의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위험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소득은 정체된 가운데 가계부문의 부채가 가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질’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부채위기를 넘기려면 안정적 소득 증가가 시급히 요청된다.

한·미 FTA는 성장률을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무역확대로 내년에 0.1∼0.3%의 추가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인하, 거래비용 감소, 통관절차 간소화 등으로 미국시장의 접근성이 그만큼 개선되기 때문이다.

또 한·미 FTA로 한국은 미국의 동아시아의 전략적 ‘전진기지’이면서 동시에 동아시아의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중국내 제조’에 대한 저평가를 불식시키려는 중국의 자본과 엔고 등으로 해외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일본 자본이 한국에서 둥지를 틀 수 있다. 전략적 요충이 되는 것이다.

한·미 FTA의 기타 외부 효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 및 사회 시스템 전반을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제적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보강하는 정치적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넛 크래커’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또한 ‘G2’로서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 도약의 ‘마중물’

한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EU와의 FTA에 한·미 FTA를 더함으로써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을 아우르는 ‘FTA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GDP에서 FTA 발효국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1%로 올라간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 경제영토의 3분의 2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한·미 FTA 발효가 한국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충분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회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미 FTA는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한 일종의 ‘마중물’이다. 시장 친화적이며 발전 친화적 의식과 제도로 스스로를 무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유무역의 격랑에서 표류할 수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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