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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손기웅] 성숙한 한·미 관계와 통일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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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미 수교 129년 만의 첫 한국계 대사라는 신분을 넘어 양국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의 부임을 반긴다. 그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시 북핵문제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다. 6자회담의 당사국이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며 핵 초강대국인 미·중·러가 북한에 핵 폐기를 하라고 한목소리로 압박할 때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러한 결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미국의 지원은 절대적이다.

統獨과정에 미국 활용한 서독

한·미관계는 대한민국이 고도의 선진민주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이기도 하다. 우리는 평화, 자본, 자원, 시장,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적, 세계적 차원에서 협력을 넘어 통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시장과 자원, 러시아의 자원, 일본의 자본과 기술, 미국의 자본과 안보지원 등을 위해 다차원적인 통합정책이 필요하다. 정치군사적으로 대화와 교류협력의 수준을 높이고, 경제적 차원에서는 역내 공동체의 형성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정책의 발판이 굳건한 한·미관계이다.

평화적 통일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한 국제환경의 조성을 위해 두 나라는 끝까지 손을 잡아야 한다. 주변국들이 서로 갈등하는 한, 특히 미·중이 대립하고 패권다툼을 벌이는 한 한반도 통일은 요원하다. 통일은 주변국들, 특히 미·중이 상호 협력할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중이, 미·일·중·러가, 그리고 북한이 역내 상생공영의 실현에 동참하도록 한국이 유인해내는 데 한·미관계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평화통일의 전기가 왔을 때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에게는 통일이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의미하지만 주변국들은 다르다. G20 회원국이며 세계 10위권의 수출강국인 한국이 통일을 이뤄 남북한 7000만명이 일심으로 노력한다면 G7 진입이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분단시기에 정련시킨 남북한의 군사력은 어떤가. 강력한 통일한국의 대두 가능성, 또 통일 이후 전개될 한반도의 형세에 주변국들은 불안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한민족이 통일에 합의하는 극적 상황이 전개될 때, 그것을 주변국들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분단기간 동·서독의 상황이 우리와는 다르고, 독일 통일과정이 우리에게 동일하게 나타날지는 의문이지만 서독이 분단기간 동안 국가를 성장시키고, 평화통일을 이룩해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미정책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서독은 굳건한 미국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건국, 군사력 재건,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다. 미국의 동의를 토대로 소련, 폴란드 등 동구권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동독과 기본조약을 체결하였으며, 동구란 거대한 시장을 활용할 수 있었다.

평화통일 기여하는 동맹 돼야

그뿐인가. 미국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출범시켜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유럽의 변화에 일조할 수 있었다. 소련, 영국, 프랑스를 설득한 것 역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삼았다. 미국의 세계정책과 함께 가면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하나하나 실현시킨 것이 서독의 정책이었던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다.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상호 정책의 방향과 내용이 다르더라도 용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관계가 깊어져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관계라면 동맹이 아니라, 일반적인 국가관계일 따름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면서도 평화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성숙된 한·미관계의 형성을 우리 정부와 성 김 대사에게 기대해 본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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