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진희] 아메리칸 드림, 코리안 드림

Է:2011-11-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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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김진희] 아메리칸 드림, 코리안 드림

뉴욕대학교 워싱턴 스퀘어 부근은 소규모 정치집회나 문화행사가 열리는 전형적인 대학가다. 그러나 한때 이곳은 봉제공장이 빽빽이 들어선 공장지역이었다. 100년 전, 미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트라이앵글’ 화재사건이 여기서 발생했다. 건물 7∼9층을 임대한 트라이앵글 봉제공장 8층에서 시작된 불이 9층으로 옮겨붙은 뒤 건물 전체로 퍼져나갔다. 노동자들은 불길을 피해 승강기와 비상구로 몰려들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승강기는 작동을 멈췄고 비상구 중 하나는 화염에 휩싸였다. 나머지 비상구는 근무 중 이탈과 절도 방지를 목적으로 고용주에 의해 굳게 잠긴 상태였다.

소방차의 사다리는 고작 6층까지 닿았고, 소방호스의 물줄기 역시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재 현장에 몰려든 군중들은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화마는 14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희생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주로 유태계와 이탈리아계 여성이주노동자들이었다. 14세의 어린 소녀 두 명도 희생됐다.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돼야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봉제공장의 열악한 상황은 악명 높았다. 하루 평균 13시간 노동에 초과수당 없는 잔업, 성과급제에 기반한 높은 노동 강도와 저임금, 노동 기본권 불인정 등. 토박이 노동자들이 꺼리는 열악한 작업장에 노동력 수급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이주노동자들 덕분이었다. 19세기 말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주노동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몰려들었던 것이다. 빈곤, 실업, 도시문제와 연관된 이주노동자의 처우가 수차례 제기됐지만 이주노동자는 권리가 존중돼야 할 인격체가 아니라 값싼 노동력, 통제대상으로 간주됐다.

화재 발생 두 해 전인 1909년, 작업조건 개선과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봉제노동자들이 13주간 총파업을 단행했고 트라이앵글 노동자들 역시 파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작업장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요구했던 그들의 목소리는 2년 후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메아리로 돌아왔다.

화재 현장을 지켰던 젊은 여성개혁가 프랜시스 퍼킨스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개탄했다. 그 사건은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산업노조운동의 중추가 된 여성피복노조가 성장했다. 퍼킨스가 일생 동안 노동문제에 헌신한 뒤 뉴딜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이 되어 전국노사관계법과 공정노동법 제정에 매진했던 계기도 트라이앵글 화재사건에 있었다. 퍼킨스는 그 사건이 뉴딜 노동개혁의 단초가 됐다고 회고했다.

참사 나야 돌아볼 건가

100년이 지난 2011년.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을 찾은 이주노동자 수가 70만명, 전체 노동력의 4%에 이른다. 그러나 ‘인간보다 이윤’이 우선시되는 현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을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한다. 값싼 노동력의 원활한 수급과 이주노동자의 정주화 방지라는 상충적 목표를 추구하는 고용허가제는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

단속반에 쫓겨 도망가고 추방당하는 불법체류자, 이주노동자들의 사고·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시선은 이방인, 잠재적 범죄자, 불법인생, 단속대상에 고정돼 있다. 살아 숨쉬는 인간인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다. 트라이앵글 화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노동권, 시민권을 보장할 수는 없는가.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인간이 우선되는 코리안 드림의 바탕을 만들 수는 없는가.

김진희(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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